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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센텀 가미 - 모듬회 코스 [해운대/센텀시티 맛집]부산맛집/해운대구 2014. 8. 28. 07:00SMALL
상호 : 가미
전화 : 051-746-5252
주소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1507
"부산 고급 일식집 최고의 가성비, 센텀 가미"
드디어 이번 휴가 기간의 맛집 기행 마지막 집이다. 이번 휴가(부제 : 부산 맛집기행 - 해산물, 일식)기간 동안 가려고 했던 하이엔드 일식집이 두군데 있었다. 하나는 '젠스시', 그리고 또 하나는 '만수스시' 두 곳을 가보려고 했으나 일정 조절 실패로 결국 못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이 곳 가미 얘기를 꺼내셨다. 아버지 친구분께서 그렇게 괜찮다고 추천을 하셨다고 한다. 나도 가본적은 없지만 익히 그 명성을 들었던 터라 솔깃한 제안이었으나 어머니의 반대가 무서웠다. 왠일인지 어머니께서도 큰 맘 먹고 수락하셨고 우리 가족 모두가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 예약이 문제였다. 원래는 목요일에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모든 예약이 다 찬 상태여서 역시나 무산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금요일도 물어봤지만 역시나 만석. 하지만 예약 체크하시던 분이 갑자기 "잠시만요, 금요일에 취소된게 하나 있네요" 라고 한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다 같이 기대 만발하여 가게에 도착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엄청난 스크롤 압박이 예상된다.
아파트 상가내에 위치하고 있어 가게 입구가 화려하고 그렇진 않다. 어찌 보면 그렇게 고급 일식집이 아닌 느낌이기도 하고.
하지만 안에 들어오니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취소된 테이블이라 그런지 입구 바로 맞은편에 덩그러니 문도 없는 자리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겠구나 했으나 주방에 사람 부르기도 좋고 이 가게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관찰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윗 사진 살짝 나오신 분이 실장님.
쯔께모노, 일본어로 하면 말이 제법 그럴듯 하지만 그냥 절임 반찬이다. 회나 초밥 먹을때 하나씩 먹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드는 용도다. 개인적으로는 생강 절임을 가장 좋아하는데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샐러드
회간장과 초장. 간장 맛을 본다. 파는 제품은 아닌거 같고 가쓰오부시 맛이 강하게 다가오는 걸로 봐서 직접 달이신 간장인 걸로 판단된다.
미쓰바가 들어간 조개탕. 미쓰바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신선초와 흡사한 일본이 원산지인 풀이다. 미나리 같기도 하고 특이한 향이다. 조개탕 자체는 정말 조개만 넣고 끓인 듯 하다. 잡맛이 전혀 나지 않은 깔끔함, 투명한 맛이라고나 할까? 조미료에 길들여진 분이라면 이게 뭐야 밍밍하게.. 하고 던져 버릴 수도 있겠지만 먹다보면 그 맛에 매료되어 리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왕무시, 쉽게 말해 그냥 계란찜. 인삼 계란찜이다. 재료 맛을 잘 살려 인삼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부드러운게 속을 잘 보호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메인 코스로 시작되는 건 보리새우 회, 통칭 오도리. 어찌나 싱싱한지 계속 팔딱 되더라. 최근에 새우회 관련해서 여러번 포스팅을 했었는데 또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회로 먹는 새우인 만큼 단맛과 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따로 먹어보니 향이 아주 좋았던 김. 이 김은 바로 아래 녀석을 싸먹는 용도이다.여기 실장님이 직접 개발하신 이름없는 요리. 청어알, 고노와다, 마, 연어, 나토로 이루어져 있고 섞어서 김에 싸먹는다. 들어간 모든 게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것들. 말 그대로 건강식이다. 마, 나토, 고노와다 때문에 엄청 끈적거려서 사실 식욕을 자극하는 듯한 비주얼은 아니다. 맛 자체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크리미하게 넘어가는데 각 재료들이 잘 어울려 김과 궁합이 잘 맞는다. 섞기 전에 고노와다만 살짝 맛을 봤는데 맛있었다.
송이 버섯. 예전 어리고 돈 없던 시절에 이 송이 버섯에 대한 환상이 굉장했는데 한번 우연한 기회로 원없이 먹고 나니 별 감흥 없다. 그래도 자주 보기 힘든데다가 몸에도 좋으니.. 옆에 소금이 딸려 나오지만 찍지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조금씩 씹어 나가면 그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농어 아라이. 아라이란 세척법이라고 해야하나? 살을 베어 내어 얼음물에 씻어 살을 수축시켜 생선 특유의 탄력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주로 아라이 해서 먹는 생선은 도미, 농어 등의 흰살 생선이다.
농어 아라이 소스로 나온 초된장
닭 연골 튀김과 돔 껍질 튀김. 닭 연골 튀김은 다른 횟감의 맛을 해칠까봐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모르겠고 돔 껍질 튀김은 바삭한게 아주 좋았다. 딸랑구가 하도 잘 먹어 조금 더 부탁을 드렸지만 하루 정해진 생선량만 튀겨서 더 제공받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우리말고 다른 사람도 이 맛난걸 맛봐야 하니까 어쩔수 없다.
보리새우(오도리)를 한마리 가지고 와서 머리를 분리하고 술 한잔과 함께 씹어 먹는다. 새우 특유의 단맛과 탱글 탱글한 식감을 느껴보도록 하자.
농어 아라이, 특이한 소스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역시 고추냉이에 살짝이 최고
송이도 앞 접시로 가져온 다음 조금씩 찢어서 먹는다.
아까 분리했던 새우 머리 튀김. 고소한게 참 맛나다.
드디어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모듬회가 나왔다. 이 날의 가장 큰 성과는 여기 올라와 있는 모든 횟감을 내가 다 맞췄다는 것이다. 일단 가족들한테 이건 뭐, 얘는 뭐, 요건 뭐 이런식으로 설명을 한 후 실장님을 불러 여쭤보니 모두 정답. 회 징그럽게 먹으러 다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하루 였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 내공도 이제 제법 올라왔나 보다. 그럼 하나씩 살펴 보도록 하자.
위 광어, 아래 광어 지느러미
참돔 유비끼
문어
참치 아카미, 등살
찐 전복(무시아와비)
참소라 회
김을 말아넣은 한치
참치 뱃살
연어
한치속에 청어알을 넣어둔 신기한 녀석
위 돔뱃살, 아래 농어 뱃살
위 농어 등살, 아래 광어 뱃살
아까 찍었지만 연어와 한치 + 청어알, 저 한치 + 청어알이 가미의 전매 특허 중 하나인 듯 하기도 하고..
광어부터 시작해본다. 숙성도도 적당하고 두께도 아주 좋다. 광어는 보면 흔해서 그런지 뭔가 2% 부족한 듯 하지만 그 담백한 맛은 어떤 생선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아마 양식이 불가능 했다면 엄청 고급 생선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다음은 참돔 유비끼(유시모즈쿠리). 역시 참돔은 유비끼를 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흰살 생선이다 보니 살 자체는 담백하지만 열을 살짝 받은 껍질 밑의 지방이 활성화 되어 고소함이 배가 된다. 말 그대로 담백함과 고소함 사이.. 그쯤이다.
농어 뱃살. 여름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꼬들한 식감과 녹진한 지방의 조화. 그리고 농어 특유의 단맛이 잘 어울린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녀석이라고나 할까..?
찐 전복, 쫀득쫀득하면서 푹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전복. 어떻게 하면 이렇게 부드럽게 요리할 수 있을까? 집에서도 해먹고 싶은 맛이다.
돔 뱃살, 백어의 왕이라는 녀석 답게 뱃살 역시 어디서 빠지지 않는다. 유비끼는 아니지만 뱃살 특유의 지방질이 충분히 빈 곳을 채워준다.
한치 회. 찐득 찐득한 식감사이에 단맛과 김향이 사르르 올라온다. 먹고 나면 꼭 입을 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안에 남아 다음 횟감에 영향을 준다.
광어 지느러미(엔가와), 크기를 보니 원래의 광어 크기가 대충 짐작이 간다. 보나마나 엄청 큰 녀석이겠지. 근육질의 꼬들꼬들함이 정말 별미다. 이 녀석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거만 먹더라.
농어 등살, 역시나 내사랑 농어. 지방이 과하지 않아 고소함은 덜하지만 그 특유의 단맛은 언제라도 환영이다.
한치 + 청어알, 겉은 쫄깃하고 씹으면 입안에 톡톡 터지는 청어알의 바다 내음이 가득해진다. 독특한 식감 두가지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연어, 언제나 느끼지만 과한 지방이 느끼하기도 하지만 고소함이 맴돈다.
참소라 회, 꼬들꼬들한 풍부한 바다의 맛.
참치 아카미, 등살이다. 분명 다른 횟감들을 먹고 참치를 먹는다고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동이 딱 좋다. 여기서 더 얼어버리면 참치 맛을 느끼기 어렵고 더 녹으면 물러지고 맛이없다. 아마 다른 회 먹는 시간을 고려해 해동을 하신 듯 하다. 실장님의 배려가 느껴진다. 참치 치고는 지방 함량이 낮은 부위라 고소함은 떨어지지만 담백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참치맛을 느낄 수 있었다.
참치 뱃살, 참치 중에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하는 부위지만 가장 인기가 많기도 하고 비싼 부위다. 입안에 넣으니 크리미한 식감과 함께 말그대로 녹아 없어진다. 엄청난 지방량으로 고소함이 과하다 못해 느끼함이 온 입을 가득 채운다. 그 맛은 정말 뛰어나지만 1점이면 딱 족하다. 맛을 다 느낀 후에 락교를 3개는 줏어 먹은 듯.
돔 머리 조림. 돔 살은 조리면 퍼석거리게 되지만 머리는 그렇지 않다. 역시나 생선은 머리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약간 단맛이 강하지만 살 전체에 양념도 잘 배이고 살도 쫄깃한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일식이다 보니 맵지 않아 딸랑구가 먹을 수 있어 더 좋은 메뉴였다.
장어 초밥. 장어 초밥을 보니 이제 코스가 끝나가나 보다 하면서 아쉬워 했는데 아 이건 초밥 코스가 아니구나. 녹진녹진 하다고나 할까? 장어 초밥은 참 뭐라 표현하기가 힘든 음식이다. 부드러운듯 퍼석하면서도 쫄깃한, 말 그대로 녹진녹진한 식감과 그 깊은 고소함과 달달한 소스가 참 잘 어우러진다.
연어 초밥. 불맛이 강하게 나지만 그래도 그 느끼함을 지울 수는 없다. 입에 넣는 순간 입안 전체에 불향이 가득 채워지지만 이내 연어의 느끼함에 덮여 버린다. 네타(생선) 크기에 비해 샤리(밥)도 좀 작은 느낌. 씹다 보면 어느새 연어만 남아있다. 아까 장어 초밥은 딱 맞았는데.. 다음에는 가미에서 초밥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소고기 타타끼, 연어 때문인지 불향 가득을 기대했으나 그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채끝 부위인듯 한데.. 워낙 레어한 소고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익힘 정도는 딱 좋았지만 아래 레몬즙이 깔려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레몬 향 때문에 무슨 부위인지 판단하기도 힘들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실장님 이 글 보신다면 부위 좀 말씀해주세요.
하.. 사진이 너무 많아서 포스팅 하다가 조금 쉬어야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딸랑구가 나와준다. 다 익히지 않은 음식들이라 어른들만 신나고 찐 전복이랑 도미 조림 먹으면서 버텨준 고마운 딸.
고래 우네(턱 밑살) 수육. 가장 좋아하는 부위의 고래 수육이 나왔다. 고래 특유의 향과 함께 고소함이 참 좋다. 고래고기를 참 좋아하지만 고래는 딱 이만큼이 적당하다. 워낙 느끼해서 더 먹으면 물린다. 그래서 내가 고급 고래 전문점에 안 가는 거다.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비싸서 안가는 거다. 고래 수육은 따뜻하게 먹으면 그 특유의 향이 더 강하게 나고 지방질이 활성화 되어 느끼하다 보니 차갑게 해서 먹는게 더 맛있다.
녹차 소금이 나온다. 짠맛 사이에 향긋한 녹차향이라니.. 마음에 든다. 고래를 젓갈에 찍어먹는 것도 맛있지만 역시나 소금에 살짝 찍어먹는게 최고다.
코스의 마지막 부분에 급격하게 느끼한 걸 너무 먹어 쯔께모노 만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조개탕을 리필했다. 워낙에 깔끔한 맛이라 이제야 혀가 조금 진정이 된다.
튀김이 나왔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이 집 새우 튀김 맛을 꼭 보고 싶었는데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무화과 튀김, 짭잘한 튀김옷과 상반되는 무화과의 단맛의 조화.
양파 튀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양파의 식감이 잘 살아있다.
게살 크림 크로켓. 딸랑구가 정말 좋아하며 잘 먹었던 녀석. 개인적으로는 너무 느끼해서 별로.
마지막 식사로 나온 생강, 무즙이 들어간 냉우동. 얼마전 '다케다야'에서 먹고 온 냉우동 생각이 절실 했는데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게 맛있었다. 안에 이것 저것 먹을 것도 제법 들어있다. 시원하며 감칠맛 나는 우동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아주 좋다.
향긋하고 고소한 매생이 미역죽. 근데 매생이는 지금 철이 아닌데..? 물론 냉동 매생이로 1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제철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일식집에서 나온다는게 조금 아쉬웠다. 차라리 전복죽 등 다른 메뉴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디저트 양갱과 파인애플, 입가심을 하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마무리, 그리고 또 다른 의문"
다 먹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잘 먹었다' 였다. 어느 것 하나 맛이 없었던 게 없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없었다. 그저 여름에 매생이 죽을 주는게 조금 불만이었을 뿐. 안 그래도 우리 나오기 전에 남자 3명이 계산하고 나가면서 오른손 엄지를 번쩍 들며 실장님께 "우와! 먹어본 일식 중에 최곱니다!" 하면서 나가더라.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입맛은 다른거 겠지만 아직 거기까지에 대한 판단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한다.
여기 말고도 부산에는 많은 고급 일식집이 있고 저마다의 솜씨도 다 다르다. 난 여기가 이렇게 맛있으면 비슷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다른 가게들은 무슨 맛일까?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근데 문제는 가격이다. 이 날 내가 먹은 코스 요리의 가격은 60,000원이다. 고작 6만원이라고 하기에 6만원이라는 돈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6만원 짜리가 이렇게 알차고 맛있게 나오는 일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 집에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가성비'다. 정말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가격에 비해 너무 뛰어난 일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또다른 의문, 왜 다른 집에서는 이 가격에 이렇게 나오지 않는가? 아니면 정말 더 비싼 코스 요리는 여기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낄만큼 더 훌륭하게 나오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부산 고급 일식 투어 첫번째 집이 '가미'가 된 건 행운인 듯 하다. 앞으로 유명한 일식집들을 기회되는 대로 찾아다녀 볼까 한다. 과연 이 집만큼의 가성비를 내는 곳이 있는지는 몇년 후에 다시 돌아보면 알 수 있겠지.
그나저나 여담으로 등푸른 생선이 하나도 안 나와서 원래 안 쓰냐고 여쭤보니 태풍의 여파로 구할 수 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하시더라. 등푸른 생선 매니아로서 꼭 먹고 가고 싶었는데.. 다음에 왔을 때는 꼭 먹을 수 있기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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