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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맛집 :: 하연옥 본점 - 진주냉면 [경남/진주 맛집] :: 원조 진주냉면전국맛집/경상남도/울산 2015. 3. 17. 20:36SMALL
상호 : 하연옥
전화 : 055-746-0525
주소 : 경남 진주시 이현동 1191
"진주냉면의 본산, 하연옥"
한국의 대표 냉면 중 특히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진주냉면이다. 북쪽에 평양냉면이 있다면 남쪽에는 진주냉면이 있다. 슴슴한 육수와 메밀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평양냉면에 비해 해물육수의 감칠맛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진주냉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육수의 기본이 해물이다 보니 해물 특유의 비린내를 싫어하는 분들은 영 맛이 없다고 한다.
본인도 처음 진주냉면을 접했을 때는 그렇게 썩 맛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처음 먹은 집이 별로 맛이 없었다고 지금은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진주냉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즐겨먹는다. 하지만 정작 진주냉면의 본고장인 진주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진주에서 진주냉면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하연옥'의 냉면 맛을 볼 수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하연옥의 가계도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번 사라졌던 진주냉면을 부활시키면서 창업한 '황덕이'할머니를 시작으로 그 장남 '하연규'씨가 현재의 '황덕이 진주냉면'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 이 '하연옥'은 누가 운영하는 것일까? 하연규 씨의 여동생 '하연옥'씨가 운영중 이다. 이 가족이 가진 또다른 진주냉면 집이 있는데 바로 전에 소개한 '박군자 진주냉면'이다. 박군자씨는 장남 하연규씨의 부인이다. 어디선가 봤던 정보인데 혹시 잘못된 사실이면 지적 바란다.
▲ 진주 하연옥 본점
오랜 전통이라 어느 깊숙한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파트 바로 옆에 있어서 위치에 한번 놀랐다. 조금 이른 점심때 도착했지만 많은 손님들이 건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재배한 쓴메밀(흑메밀)로 면을 만든다고 한다.
마음에 들었던 문구 "듣지만 말고 느껴보세요"
▲ 식객 진주냉면 편
식객 마지막 권인 27권 첫 에피소드로 진주냉면이 소개됐었다. 그래서인지 가게 곳곳에 그 부분의 식객 만화책이 있다. 평소 같았으면 잠시 앉아서 읽어봤겠지만 집에 식객 전권이 있는 관계로(이미 내용을 외우다시피)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2층에 있는 홀로 올라가다보니 진주냉면이 아닌 다른 메뉴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 해물육수 잡내를 잡기위해 달군채 넣었던 무쇠
진주냉면 식객 편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이 육수의 잡내를 잡기위해 달군 무쇠를 넣는 장면인데 그 무쇠의 실물을 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 진주냉면이 소개된 각종 책자
저 중에 두 종류의 책(식객, 한국인의 밥상)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참 나도 음식에 관심이 많기는 하구나 라는 사실을 또다시 떠올려 본다.
▲ 하연옥의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 싶지만 혼자 온 관계로 진주 물냉면(8,000원) 하나를 주문한다.
▲ 따뜻한 차 한잔
면수나 육수를 기대했는데 그냥 물이 나와서 약간의 실망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 두번째로 실망하게 했던 냉 육수
물에서 약간 마음이 상했던 나에게 한번 더 실망감을 안겨줬던 냉육수. 항상 냉면이나 밀면을 먹을때면 따로 냉육수를 주문해서 마시곤 한다. 종업원을 불러 냉육수를 따로 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물냉면에 냉육수 들어있어요" 라고 하면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건 아는데 그냥 달라고 하니 무슨 이상한 사람 쳐다 보듯이 하고는 아주 띠껍게 알겠다고는 돌아선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도 안 갖다 주니 다른 사람을 불러서 얘기를 했다. 역시나 똑같은 반응. 하지만 결국 난 냉육수를 받지 못했고 결국 사장 정도로 보이는 카운터의 노신사에게 재차 얘기를 했다. 그 분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종업원한테 얘기하세요" 뭐 자기는 돈 받는 사람이고 홀에서 얘기하는 요청은 하찮은 일이니 하지 않겠다는 건가? 요즘 손님들의 갑질이 이슈가 되니 막나와도 된다는 건가? 내가 진상 손님도 아니고. 트레이닝 복 입고 갔다고 우습게 보는건지. 진짜 욕을 한바가지 퍼부을려다 꾹 참고 다시 한번 더 얘기해서 받아냈다.
화나게도 맛은 좋다. 맛까지 없었으면 정말 식탁위에 부어버리고 나왔지 싶다. 참 사람마음이 웃긴게 육수 맛에 반해 홀짝 거리다 보니 빨리 냉면이 먹고 싶다.
▲ 무김치
국민 냉면 도우미 무김치, 그 맛이 나쁘지 않았지만 냉면 맛에 매료되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 하연옥의 진주 물냉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냉면 맛을 보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진주냉면의 고명이 화려하다고 하는데 육전을 빼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예전의 양반가에서, 혹은 기방의 간식으로 먹던 시절에는 전복, 석이버섯, 해삼 등 화려한 고명이 올라 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반냉면과 거의 같다. 보통 진주냉면의 고명은 9가지 가 들어간다고 한다. 배, 오이, 무채, 편육, 지단, 삶은 달걀, 실고추, 석이버섯, 육전이다. 아무래도 석이버섯은 빠진걸로 보인다.
▲ 하연옥 냉면의 면발
면은 굉장히 쫄깃하다. 메밀과 전분이 50대 50 정도로 섞이지 않았을까? 밀가루가 조금 섞였을라나? 어쨋든 메밀의 함량이 그렇게 높지 않다. 전분 함량이 많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하게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게 밖에서 제주 흑메밀을 사용해 메밀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말에는 별로 동의할 수 없다.
▲ 다 비워진 냉면 한그릇
육수 맛이 좋아 한그릇 깔끔하게 비워내고 싶었지만 바로 다시 운전을 해야함에 소변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금 남겨뒀다가 마지막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다 마셔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리 추가를 할걸 그랬다. 사실 육수 사건만 없었다면 정말 만족하고 나왔을텐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이번에 냉면을 먹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미각은 인연만큼 변해간다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의 친구와 지금의 친구가 변해 갔듯이 내 입맛도 변해간다. 예전이라면 냉면에 양념장을 넣지 않고는 못 배겼을텐데 이제는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온 상태 그대로 그 맛을 즐겨나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철이 든건지 아니면 새로운 고집이 생긴건지 또다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정작 양념장이 있는지 물어보질 않아서 따로 제공을 해주는 지는 모르겠다. 물론 자리마다 식초와 겨자는 있다.
"마무리"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진주냉면의 감칠맛의 진수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박군자 진주냉면도 훌륭하지만 그 곳의 육수는 마늘, 후추등의 다른 재료들의 맛이 너무 강한 것에 비해 이 곳은 확실히 해물맛 쪽에 집중을 한 느낌이다. 물론 그래서 더욱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진주 쪽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재의 하연옥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못하다고는 하는데 진주냉면에 대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나로서는 역대 최고의 진주냉면 이었다. 고객 응대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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