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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月 Sake & Dining(서면 월, 간토 사케 다이닝) - 오마카세 [서면/1번가 맛집]부산맛집/진구 2015. 5. 12. 07:00SMALL
상호 : 月 SAKE & DINING
전화 : 010-3655-9195, 010-8689-9144
주소 :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로 48 현경빌딩 지하 1층
"돌아온 月, 그 날개를 펼치다"
정말 기다려 온 콤비, 예를 들자면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 같은 조합이라고나 할까? 나에게는 그런 콤비같은 두 형이 계시는데 함께 가게를 꾸려가다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만두고 각자의 삶을 찾아갔었던 분들이다. 바로 세운이 형과 상남이 형. 하지만 그 둘이 다시 뭉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일 처음 가게는 경성대·부경대 역 쪽에서 두분이 같이 했는데(상남이 형이 늦게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서면에서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집이랑 멀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두 분이 같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동네가 중요하겠는가?
처음 경대 쪽에서 했던 가게는 나의 20대 마지막을 장식했던 아지트다. 내가 정말 기쁠때도, 정말 슬프고 힘들때도 힘이 되어주었던 곳. 말못할 고민으로 너무나 힘이 들었던 그 시절에도 그곳의 세운이 형은 말없이 술잔을 받아 주었던 나에게는 둘도 없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취업 후에는 동생들에게 선배의 멋진 한턱을 낼 수 있었던 그런 가게가 문 닫았을 때는 너무나 슬펐지만 이렇게 더욱 멋진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 여태 해왔던 가게와는 달리 조금 고급스러운 가게를 열었다고 하시는데 야로뽕, 조섹과 함께 다녀와 보았다.
▲ 가게입구
서면 롯데리아 옆에 위치해 있다. 가게가 지하에 있다보니 지상의 입구가 상당히 좁아서 자칫하면 지나칠 수 도 있다. 미리 가게 입구 사진을 봤던 터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가게 입구
바로 앞에서도 사진을 한번 찍어본다. 단렌즈만 들고 갔더니 도저히 화각이 나오지 않는다.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쳤다. 하지만 月 마크로 인해 얼굴이 안나온 건 어찌보면 다행인가?
▲ 상남(왼쪽)형과 세운(오른쪽)형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직 영업전이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형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준비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더라.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데다가 훌쩍 지나버린 시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얘기하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영업 준비가 될 때까지 가게를 둘러 보기로 했다.
▲ 사케
가게 한쪽 벽면은 이렇게 수많은 사케들로 채워져있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더욱 알차게 채워져 나갈 것이다. 여태 해왔던 가게와 달리 확실히 공간이 넓다보니 다양한 시도가 새롭게 이루어 졌다. SAKE & DINING 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그 이름값을 한다. 한강 이남에는 이 가게에만 납품되는 사케들도 많다고 한다.
▲ 유일한 룸
룸은 단 하나가 있다. 약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인데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있다. 테이블도 부족하고.. 룸의 겉면은 화려한 무늬가 시선을 잡아끈다.
▲ 홀
홀에는 테이블이 8개 정도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사이사이가 좁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약간 고급진 가게다 보니 확실히 이런 쪽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게 엿보인다. 테이블 사이는 파티셧으로 가릴 예정인데 아직 주문한게 안 들어왔다고 하신다.
입구 쪽 테이블 위의 전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을 한번 찍어본다. 우리 집 식탁위에도 하나 달아놨으면 좋겠다.
▲ 月
月. 내가 이 가게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 영어 이름이 'Moon' 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월 마크 뒤에 불빛이 나오니 괜히 시선이 한번 더 간다.
▲ 해피트리
새로 시작하는 두 형을 위한 나의 작은 마음. 이전 가게들 개업할 때도 제대로 해드린게 없어 마음이 늘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화분하나 들여다 놓고 왔다. 잘 키울 자신은 없지만 이 화분이 말라 죽어도 박제를 해서라도 간직 하시겠단다. 내가 주기적으로 물 주라는 카톡을 보내드려야 겠다.
▲ 메뉴판
메뉴판도 많이 고급스러워 졌다. 다 찍을까 하다가 너무 많아서 그냥 앞의 두장만 찍었다. 우리는 3명이므로 오마카세 3人(120,000원)을 주문했다. 오마카세란 쉽게 얘기하면 '주방장 알아서' 라는 뜻이다. 주방장과 손님의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메뉴다. 우리는 무한 신뢰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
▲ 개인 세팅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보도록 하자.
▲ 소주 주전자
소주 1병(시원 블루)을 주문했다. 좋아진 기분에 나도 사케나 먹어볼까 해서 주문을 해볼까 했더니 세운이 형님이 사케를 모독하지 마라며 소주나 마시라고 핀잔을 주신다. 뿔나서 그냥 소주를 시켰다. 소주 하나도 가볍게 내어 주지 않는다. 아주 예쁜 유리 주전자에 얼음까지 담아서 나왔다. 나중에 끝에 술 따를때 위로 자꾸 물이 세어 나오기는 했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다.
▲ 소주잔
소주 잔 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 상남 형
▲ 세운 형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은 멋있다. 그리고 오늘의 오마카세가 시작된다.
▲ 전채요리
참다랑어 적신(아까미)위에 마를 갈아넣고 생 연어와 아보카도, 그리고 연어알(이꾸라)이 올라와 있다. 연어와 아보카도가 어울린다는 말은 들었는데 너무 느끼하지 않을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둘의 식감이 연하고 부드러워서 딱히 씹을때 튀지도 않고 나쁘지 않다. 살짝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연어알(이꾸라)의 짠맛이 잘 보강을 하고 있다.
▲ 참다랑어 등살(아까미)
이렇게 마 밑에 참치 등살이 파 묻혀 있다. 마 밑에는 간장 소스가 들어있어 생각보다 간간하다. 전채요리다 보니 전체적으로 식감이 단단한게 별로 없다. 정말 가볍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은근히 느끼하고 간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물릴듯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나올 요리가 더욱 기대가 된다.
▲ 연근 튀김 샐러드
바삭한 연근 튀김 아래에 향긋한 드레싱이 올라간 샐러드가 나왔다. 야채의 신선도는 딱봐도 좋다. 그날 사용할 재료는 그날 공수하기 때문이다. 드레싱은 평소에 맛보지 못했으나 익숙한 맛이 난다. 사과와 당근을 이용해서 만드셨다고 한다. 새콤달콤, 유명한 과자의 이름을 대신해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 사케 도쿠리와 잔
그때쯤 세운이 형님이 사케 도쿠리 하나를 내어 주신다. 나의 생일 선물이라고 한번 마셔보라고 주셨다. 사케는 마셔본 적이 별로 없어서 기대를 안했는데 한모금 입에 넣으니 깜짝 놀랄 맛이 난다. 풍부한 향과 함께 은은한 달콤함,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 20도 정도 되는 도수라고 하는데 소주보다 훨씬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자극을 주는 매력적이다. 본인은 사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본거니 참고만 하시길.
사실 이건 세운이 형님의 계략이었다. 맨날 천날 소주만 마시는 우리를 겨냥해서 사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 위한 거대한 음모였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분의 꼬임에 넘어가 선물로 받은 도쿠리 하나를 다 먹고 도쿠리 하나를 더 주문하고 마는데.. 역시 기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의 추천은 확실했다. 사케 배우고 싶으신 분은 아무 고민 없이 방문해도 되는 곳이다.
▲ 오니얌마 블루
무슨 사케인지 여쭤보니 바로 이 녀석이다. 푸른 도깨비의 얼굴이 붙어 있는 사케다. 바로 오니얌마 블루 버전. 1년에 이 댓병은 60병만 한정 생산한다고 한다. 이런 귀한 녀석을 내어주시다니, 개업 축하하러 와서는 도리어 축하를 받고 간다.
▲ 모듬회(사시미 모리아와세)
그리고는 모듬회 한접시가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3인분이기 때문에 더욱 크다. 매일 빛나는 생선(히카리모노)을 제주도에서 공수 받아 사용하시는 데 이날은 배가 뜨지 못하고 휴일이라 도저히 구할 수 가 없다는 얘기를 방문 전날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다양한 어종이 나와서 심장이 벌써부터 두근 거린다. 넙치(광어, 히라메), 참돔(마다이), 갈치(다치우오), 참다랑어(혼마구로), 고등어(사바), 해삼 내장 젓갈(고노와다)이 올라왔다.
▲ 넙치(광어, 히라메)
우선 광어를 맛을 본다. 역시나 맛이 약한 것부터 먹어야 모든 횟감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광어 표면을 보니 흰막이 잘 붙어 있는게 탈피도 아주 잘 하셨다. 하긴 프로 요리사랑 나랑 같으면 안되지. 직접 회를 뜬 이후부터는 자꾸 이런게 눈에 들어온다.
한 점 더 먹어본다. 광어는 3.2 kg 짜리 제법 큰 놈을 잡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손질을 해서 잘랐음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제법 크다. 숙성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아 조금 질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훨씬 식감이 만족스러웠다. 그냥 숙성을 한게 아니라 다시마에 절임(곤부지메)을 했다. 다시마의 맛이 잘 배어들어 심심할 수 있는 광어의 맛을 잘 보강했다.
▲ 참돔 껍질숙회(마다이 마쓰까와)
참돔은 역시 끓는 물에 껍질 살짝 데치기(가와시모츠쿠리)를 통해 껍질만 살짝 익혀 나온다. 거기다 토치로 겉을 또 살짝 익혀(아부리) 나오다 보니 복합적인 맛이난다. 개인적으로는 토치질은 빼주셔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쨋든 참돔의 크기는 2.3 kg 짜리를 사용하셨다고 한다. 찰진 참돔의 식감과 부드러운 껍질, 그리고 껍질과 살 사이의 풍부한 맛이 잘 어우러 진다. 확실히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작은 참돔에 비해 그 맛이 훨씬 뛰어나다.
▲ 광어 지느러미(엔가와)
광어의 크기가 크다보니 지느러미 살의 크기도 엄청나다. 작은 광어도 기름지고 아삭한 부위인데 광어 크기가 크다 보니 더욱 감동적인 맛을 낸다. 어금니를 이용해 강하게 씹을때마다 쥬이시 하게 입안이 기름지게 코팅되는 아주 재밌는 부위다. 정말 맛있지만 한 두점이면 족하다.
▲ 광어 지느러미와 해삼 내장 젓갈(고노와다)
한점을 그냥 먹으니 느끼해서 두번째는 해삼 내장 젓갈(고노와다)을 올려먹는다. 향긋한 바다내음이 광어와 은근히 잘 어울린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광어의 맛을 보충하기도 한다.
▲ 갈치(다치우오)
육지에서 맛보기 힘든 귀한 횟감, 갈치를 여기서 맛보다니. 은빛의 껍질을 그대로 살려서 횟감으로 내기로 유명한 녀석이다. 이 月 에서는 껍질을 벗겨 버리면 너무 먹을게 없기 때문에 껍질을 살리고 껍질만 토치로 살짝 구워(야키시모츠쿠리, 아부리)낸다고 한다.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도는 맛있는 녀석이다. 껍질을 조금만 덜 구워 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한 조섹은 겉의 살짝 도는 탄맛이 조금 거슬린다고 한다.
▲ 전갱이 초절임(시메 아지)
전갱이 초절임 해둔게 있다고 하시길래 조금 부탁드렸다. 전갱이는 그냥 회로만 먹어봤지 초절임으로 먹어본 건 처음이다. 당장 먹어보고 싶지만 아직 다른 횟감들이 있기 때문에 꾹 참고 버텨야 한다.
▲ 야채 절임(쯔게모노)
야채 절임이 나왔다. 제법 다양하다. 무, 방풍, 달래, 우엉, 갓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간이 조금 강한듯 하지만 나쁘지 않다. 아쉬운건 처음부터 바로 내어주셨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벳다라쯔케를 연구해서 선보일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 참다랑어 대뱃살(혼마구로 오토로)
처음엔 썰린 모양을 보고 당연히 등살(적신, 아까미)이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뱃살 맛이난다. 눈이 휘둥그래져 있으니 대뱃살이라고 설명을 해 주신다. 얇게만 썰어 먹다가 깍둑썰기로 먹어보니 이또한 나쁘지 않다. 풍부한 풍미를 더욱 즐기기 좋다고나 할까?
▲ 참다랑어 대뱃살(혼마구로 오토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참치 대뱃살의 모양으로 나왔다. 그 지방의 풍부한 고소함은 정말 최고의 맛을 선사하지만 딱 1점이면 족하다.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왜 사람들이 참치 대뱃살에 환장하는지는 먹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많은 양을 먹고 싶지는 아는 횟감이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참치 한 점 먹어 너무 기분이 좋다.▲ 참다랑어 배꼽살
참치 중에서도 가장 비싼 부위라고 볼 수 있는 곳. 마치 삼겹살을 연상 시키는 듯한 아브라(마블링). 중간 중간에 박힌 살점은 대뱃살의 그것과 같이 녹아 없어지고 주변의 심줄은 은근히 꼬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선사하는 재밌는 녀석이다. 역시나 그 지 방의 풍미가 대단한 녀석. 참치 종류가 모두 대뱃살 쪽 부위만 나와서 조금 과하지 않을까 했는데 1점씩만 맛보니 더 이상 다른 회를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그럴순 없다.
▲ 전갱이 초절임(시메아지)
일본인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생선인 전갱이. 그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생선 이름을 맛(아지)이라고 지었을까? 그냥도 맛있는데 초절임을 한다고 그 맛이 빠질리가 있나? 역시나 등푸른 생선 특유의 깊고도 진한 맛이 콧등 위를 쳐내는 듯 하다. 초절임을 한지 며칠이 지났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욱 강한 맛이 올라온다.
▲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
마지막으로 고등어로 회를 마무리 한다. 최근에 집에서 직접 여러 생선의 초절임을 해먹다 보니 여러 업장들의 초절임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여기는 소금 절임의 시간이 길지 않고 식초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진은 초절임을 한지 4일이 지났기 때문에 제법 깊게 침투하고 그 맛도 많이 강해졌지만 아마 첫날에는 거의 생 고등어에 가까운 상태였을 것이다. 그 맛이 너무 궁금하지만 날씨가 나빠 공수가 안 된것이 어찌 형들 탓이랴.
▲ 볶음 요리
주방 한쪽에는 통유리로 볶음 요리를 하는 걸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엄청난 화력으로 볶아 낸다. 이 화력을 가지기 위해서 제법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고 하신다. 확실히 볶음 요리는 강한 화력으로 볶아내서 재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야 제맛이다.
▲ 차돌박이 숙주볶음
그렇게 탄생한 이 녀석. 오 기대 이상이다. 사진으로도 살아있는 야채들의 아삭함이 느껴질 정도다. 간장과 굴소스를 이용한 양념으로 잽싸게 볶아내어 정말 맛있는 볶음 요리가 완성 되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건 숙주가 오래 두어도 그대로 살아 있는 점이다. 집에서 조리를 해서는 이렇게 만들긴 정말 어려울텐데.. 저 화력이 정말 부럽다.
▲ 꼬치요리
볶음 요리 뒤에는 꼬치요리가 나온다. 왼쪽 두개는 한우 1++ 채끝살, 베이컨 치즈 토마토 말이, 베이컨 치즈 가지말이 꼬지다. 오른쪽 두 종류는 베이컨과 치즈가 같이 들어가서 조금 느끼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다. 세운이 형이 이 가게 열기전에 꼬지 가게를 했는데 그 동안 쌓인 꼬지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 한우 1++ 채끝살 꼬지
내가 채끝살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이런걸 준비했을까? 물론 나때문에 준비한건 아니고 원래도 나오는 거지만.. 어쨋든 익힘 정도도 아주 좋다. 미디엄 레어 정도일라나? 씹었을때 나오는 그 풍부한 육즙은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음미하게 만든다. 숯으로 구워내어 그 향을 느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1++(투플)을 사용한 건 조금 불만스럽다. 1등급이나 2등급으로도 충분히 숙성을 통해 그 맛을 끌어낼 수 있을텐데. 물론 한국에서 고기를 팔때는 어쩔 수 없이 높은 등급을 사용해야 소비자들이 좋아해주니까.
▲ 데미글라스 소스
세운이 형이 직접 만든 데미글라스 소스. 사골육수를 이용해 만들어서 고기 맛을 죽이지 않고 더 살려준다. 소스를 잘 찍어먹지 않는 나지만 이렇게 원 재료의 맛을 많이 해치지 않고 살려주는 소스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말 좋다.
▲ 레몬 소스
이 집의 모든 소스 및 양념은 직접 만든다. 살짝 향이 강하긴 하지만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준다.
▲ 은행, 항정살, 닭꼬지
꼬지가 한 접시가 더 나온다. 은행꼬지는 따로 설명할게 없다. 처음에 나왔을때는 나머지 두 꼬지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꼬지로 봤다. 나중에 세운이 형이 쉽게 먹으라고 꼬지에서 다 분리 해줘서 하나씩 집어 먹었는데 맛이 다른게 아닌가? 느끼해서 항정살 부위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숯으로 구워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닭보다는 항정살 쪽이 더 맛있었다. 아삭한 식감 뒤에 터져나오는 육즙은 대방어의 뱃살과도 비슷한 느낌이랄까?
▲ 산토리(썬토리) 프리미엄 몰츠
꼬지를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시원한 생맥주 하나를 주문해본다. 방사능 사건 이후로 일본에서 나는 건 왠만하면 안 먹고 있는데 이 날 사케부터 시작해서 일본 맥주까지 아주 다 먹어본다. 처음 마셔보는 이 맥주는 정말 한 모금에 반해버렸다. 맛과 향, 탄산의 정도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다. 거기다 개업 이벤트로 한 잔에 5,000원 이라니.. 이벤트 끝나기 전에 한번 더 가야 될텐데.
▲ 마지막 세팅
그리고 앞접시와 간장 소스가 다시 채워진다. 이제 마지막 안주가 나오려나 보다.
▲ 스지 오뎅 나베
마지막으로 나베가 나왔다. 한국말로 표현하면 스지 오뎅탕이다. 내가 이 곳의 형님들과 인연을 맺게한 그런 녀석이다. 예전 경성대 간토오뎅 시절에 그 맛에 반해 단골이 되었고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맛이 바뀌어 그 뒤로 이 메뉴를 주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맛이 돌아왔다. 아니 더욱 발전해서 돌아왔다.
국물은 참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다.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해서 한약재가 들어갔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걸쭉하다고 표현해도 될만큼 무게감이 충만한 국물이다. 짠맛, 단맛이 아주 잘 어우러져 진하고 무겁지만 손이 계속 간다. 야로뽕은 술을 마시면서 술이 깨는 마법 같은 국물이라고 평을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뎅탕의 맛. 더 이상 설명할 방법이 없다.
▲ 구운 어묵
▲ 소 힘줄(스지)
오랜 시간 푹 끓여내어 한없이 부드러웠던 스지. 잘못 조리하면 질길 수 도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부드러워 놀랬다. 비법은 역시나 오래 푹 끓이는 거라고..
▲ 명품 육포
끝에 우연히 가게에 들어오는 바람에 맛을 볼 수 있었던 명품 반건조 육포. 기존에 딱딱하게 굳어 있던 육포와는 그 급을 달리하는 식감과 맛이었다. 이게 과연 앞으로도 사람들한테 나올지는 모르겠다.
방문 기념으로 다 같이 오랜만에 사진도 한번 찍어본다. 예전의 가게에는 우리 폴라로이드 사진이 제법 걸려 있었는데. 다찌에 앉았더니 주방에서 홀 방향으로 찍게 되었다. 사진 찍어주는 직원이 '좀 웃으세요'
그래서 나온 결과물. 왠지 이게 더 어색하네. 사실 이 사진은 술이 많이 들어가기 전에 찍어둔 거라.. 술이 좀 취하고 밖에서 헤어지기 직전에는..
이렇게 됐다. 진짜 노트4 카메라 장난 아니다.
"마무리"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형님이 다시 뭉쳐 가게를 열었기 때문에 반 의무감으로 가게를 찾게 되었다. 집과 멀긴 하지만 때마침 서면에 볼일도 있고 해서 타이밍도 생각보다 잘 맞았다. 그날 공수되는 제주도산 등푸른 생선들을 맛보지 못한건 정말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 만나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리?
형님들이 서로 다른 가게를 꾸려 가면서 그 몇년 동안 실력이 늘었고 나도 그동안 음식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진상 손님 코스프레를 하러 간 거였다. 소홀하거나 어설픈게 보이면 바로 지적할거라고 오늘 기대하라는 말과 함께 코스가 시작됐는데 왠걸, 도리어 내가 압도 당해버렸다. 오마카세 3人이면 120,000원, 인당 40,000원 이라는 결코 적지않은 돈인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전채요리 - 모듬회 - 볶음요리 - 꼬지요리 - 나베로 이어지는 메뉴 구성은 나무랄데 없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디저트를 안 먹고 왔네?
집이 멀다보니 서면까지 나가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서면에 먹을 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서면에는 무조건 이 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개업 준비한다고 맘고생 많았던 두분 형님들 장사 대박 나셔서 항상 웃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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