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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원산면옥 - 평양냉면, 함흥냉면 [중구/남포동 맛집]부산맛집/중구 2014. 8. 21. 07:00SMALL
상호 : 원산면옥
전화 : 051-245-2310
주소 : 부산시 중구 창선동 1가 37
"60년을 지켜온 부산 최고의 냉면"
나를 가지셨을때 그렇게 잔치국수가 먹고 싶었다던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왜 내가 면을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때문인지 평생 면 요리를 좋아하며 살아왔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몇 가지의 면 중 항상 1위로 들어가는 가게가 있다. 바로 이곳 '원산면옥'이다. 어머니께서는 사실 그렇게 면 요리를 좋아하시진 않는데 이 집의 비빔냉면을 좋아하셔서 어릴때 가끔 날 데리고 가셨다.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다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모시고 가는 그럴 나이가 되버렸다. 이렇게 훌쩍 커버렸지만 이 가게는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냉면으로는 전국적으로도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집의 진가를 어릴때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 제법 음식 좀 알게된 상태에서 한번 맛을 보고 싶었다. 소문에 의하면 맛이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안 변하는 집이 어디 있으랴? 재료도 계속 변해가고 요리법도 마찬가지며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가기 때문이지 아닐까?
원산면옥의 입구. 오랜만에 왔지만 약 10여년전 왔을때 그 모습 그대로인듯. 이 거리가 이렇게나 변해왔지만 이 곳만 시간이 멈춘듯 하다. 이 바로 옆에는 아주 유명한 밀면집도 있다.
가격이 참 괴랄하다. 냉면 한 그릇에 10,000원이라니. 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건 이 집의 명성도 있고 싼 요리 파는 곳도 아닌데 메뉴판에 덕지 덕지 붙여 놓은 건 보기 좋지 않다. 가격 변동이 있으면 얼른 메뉴판을 새걸로 바꾸는 것도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동네 분식집도 아닌데.. 뭐 어쨋든 우린 평양냉면 大, 평양냉면, 함흥냉면을 주문했다. 냉면 3그릇에 34,000원.
가게 내부는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이 깔끔해졌다. 리모델링을 계속 해온 듯 하다.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가득하다. 우리처럼 이 가게 맛을 못잊어 오는 분들도 보이고 관광객들도 많다. 나이 지긋하신, 옛 시절을 추억하러 오신 분들이 꽤나 반갑다.
냉면 다대기. 양념장이라 불러야 하지만 몇몇 녀석들은 어릴때 부터 불러오던 그 이름이 정겨워 계속 그렇게 부르게 된다. 이 집의 다대기는 다른집과는 다르게 양념장이라기 보다는 고추 다진것에 가깝다.
겨자가 이렇게 따로 있는게 정말 마음에 든다. 다른 면 가게는 대롱이 달린 양념통에 있는데 겨자가 가라 앉아 보기도 별로고 위생상으로도 의심이 간다. 하지만 여긴 깔끔해 보인다.
가게의 세월과 함께 해온 듯한 주전자에 육수가 담겨 나온다. 올라오는 육수 냄새에서 이미 내공이 느껴진다.
오래된 가게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는 12각 엽차잔. 가게 내부는 신식으로 변했지만 이런 것들은 이전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녀석에 아까의 육수를 조금 담아 입에 머금어 본다. 육향 가득 올라오는 육수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잡내 없이 다가오는 짭쪼롬한 육수가 계속 손이 간다. 조금만 덜 짜면 더 좋을 듯 하다.
드디어 물 냉면이 나왔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올려진 고명들이 건방져 보인다. 고명은 배, 돼지 고기, 그리고 이 집의 전매 특허인 오이 절임과 냉면 김치, 파가 들어있다. 육수는 투명하게 비치는게 맑아 보인다.
어머니께서 주문하신 비빔냉면. 평양냉면과는 다르게 계란 반쪽이 들어있다.
다대기 조금과 겨자를 넣어서 비빈다. 다대기가 너무 진하지 않아 육수 맛을 많이 해치지 않는다.
편육 조차 아주 무심하고 투박하게 썰려있다. 평양냉면은 말그대로 평양식 면을 사용한다. 아마도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1:1 정도로 섞은 것으로 보인다. 적당히 쫄깃하며 메밀 함량이 심하게 높지 않아 메밀면 특유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 식감은 아주 훌륭하다.
호.. 놀랍게 함흥냉면은 함흥식 면을 사용한다. 당연한 건데도 이렇게 메뉴별로 맞는 면을 사용하는 집은 잘 없다. 함흥냉면 전문집에서 물냉면을 시키면 함흥식 면으로 물냉면이 나오는데.. 어쨋든 이녀석은 고구마 전분 100%를 사용한 면. 전분으로만 만들어서 더 질기다. 이빨로 끊는게 쉽지만은 않다.
마무리로 딸랑구 냉면 흡입 샷.
"마무리"
과연 맛이 변한건가, 없어진건가 라는 소문이 무색하게 내 입에는 역시나 최고의 맛이었다. 고기육수에 동치미를 섞은게 아닌 오로지 고기 육수로 만들어진 평양냉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무겁게 다가오지 않고 깔끔한 육수맛과 면이 아주 잘 어울린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의 여운이 계속 입안에 남는다. 육수, 면 무엇하나 나무랄게 없다.
반면에, 비빔을 드신 어머니께서는 예전처럼 입에 착 감겨오는 맛이 없다고 하신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예전 맛 같지는 않다고.. 그래서 먹어봤는데 원래 비빔보다는 물냉파다 보니 그 맛의 차이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맛있었다. 물론 더 오랜세월 드셔오신 어머니 입맛이 더 정확하겠지.
오랜만에 찾았음에도 여전히 내공 깊은 냉면집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높은 가격이 맛을 더 반감시키는 않는지 고민해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냉면 김치를 따로 내어주지 않는 부분도 불만이다. 물론 부산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냉면집이 더러 있지만 역시나 본인의 입맛에는 이집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의 식도락을 위해 오늘은 이만 마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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