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철 가을 꽃게찜 해먹기 :: 꽃게 손질하는 법, 꽃게 찌는 법미식일기/요리하기 2014. 9. 29. 07:00SMALL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밥상 차리기 - 가을 꽃게찜, 꽃게 된장찌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항상 제철음식을 찾아먹는 편인데 계절마다 놓치지 말고 먹어야 할 식재료들은 어떻게든 먹고야 만다.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녀석들 중 하나가 바로 '꽃게'다. 꽃게는 1년에 철이 두번인데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숫꽃게' 가 제철이다. 수컷의 반란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보통의 식재료들은 다 암컷이 맛있기 때문이다. 산란기를 위해 잘 먹어 살도 많아지고 영양소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의 꽃게는 암꽃게 보다는 숫꽃게가 더 맛있다.
제철 재료로 식탁을 차리기 위해 어떻게 재료를 공수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냥 마트가서 직접 숫꽃게만 골라올까? 그냥 가게가서 먹고 올까? 하다가 결국 주문을 해서 먹기로 했다. 요즘은 산지에서 바로 보내주는 업체가 많아 쉽게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았다. '더꽃게(http://cafe.naver.com/thecrab44)''라고 하는 곳에 大 사이즈로 3kg 을 주문했다. 배송비 포함 46,000원. 가격이 많이 싸지는 않았지만 좋은 꽃게가 올거라는 생각에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먹기로 한 날짜인 토요일에 정확하게 배송이 왔다. 서해안 신진도 안흥항에서 잡은 꽃게라고 한다.
박스를 개봉하니 아이스팩과 톱밥 사이에 꽃게들이 얌전히 있다. 설마 다 죽은건가?
오.. 녀석들이 1마리 빼고 다 살아있다. 어찌나 팔팔한지 집게 발로 서로 꽉 잡고 놔주질 않더라. 하지만 大 사이즈인데 생각보다 크지가 않다. 좀 더 추워져야 살이 더 오를라나.. 뭐 그래도 워낙 싱싱하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꽃게 손질을 위해 싱크대에 모두 부었다. 총 16마리가 들어있다. 크기는 작지만 많은 양이 들었으니.. 권여사를 시켜도 되지만 주말이니 밥 하는 것도 쉬라고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암수 구별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왼쪽이 암꽃게 오른쪽이 숫꽃게다. 배의 모양이 숫놈이 더 뾰족하다.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직접 고를때도 유용하다. 그럼 손질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처음에는 집게로 잡고 칫솔로 문지르다가.. 너무 불편해서 그냥 고무장갑과 조금 두꺼운 솔로 바꿔서 하기로 했다. 두꺼운 솔로 구석구석 꽃게 표면의 이물질들을 씻어내준다. 은근히 털이 많기 때문에 잘 제거해 주지 않으면 찌고 나서도 비린내가 나는데다가 맛도 떨어진다. 들고 쪽쪽 빨아 먹을건데 귀찮지만 한마리 한마리 정성들여 박박 밀어준다.
그리고 배를 이렇게 살짝 뒤집으면 차 있는 똥을 제거할 수 있다. 아래 부분에 검은 똥이 보이는지?
이렇게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꾹꾹 눌러주면
똥을 제거할 수 있다. 안쪽 털도 솔로 박박 밀어준다.
근데 한마리씩 손질해 나가다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그렇다 숫꽃게가 거의 없다. 16마리 중 숫꽃게는 4마리 뿐이더라. 허.. 정말 허탈한 순간이었다. 왠지 사기 당한 기분도 들고.. 물론 주문할때 숫꽃게만 보내준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손질을 다 끝내고 찜통을 꺼내서 찌기위한 준비를 한다. 바로 맹물에 쪄도 되지만 된장을 살짝 풀어서 찌면 비린내 제거에도 좋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다. 채와 함께 된장을 조금 퍼서 준비를 한다.
비린내 제거에는 또 술만한게 없지. 저번에 청하 몇 병을 사놓았는데 입에 맞지 않아서 안 마시고 있다가 이렇게 처리를 한다.
손질된 꽃게를 이쁘게 담아놓자.
물에 된장을 풀고 술을 조금 넣어 찜 준비를 미리 해놓는다.
이렇게 준비만 해놓는다.
그럼 꽃게 된장찌개용으로 두마리를 손질해 보도록 하자. 숫꽃게는 몇 마리 없어서 쪄먹기에도 부족하니 암꽃게 두마리를 선ㅌ택했다.
우선 배를 떼어낸다.
그리고는 이렇게 딱지를 분리하자.
그리고는 아가미를 떼어내 준후 내장을 다치지 않게 반을 잘라주면 끝이다. 내장을 넣어야 찌개가 더욱 구수하게 맛이 좋으므로 내장을 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도록 하자. 물론 상태가 안 좋다면 과감하게 버린다.
저녁에 종길동 영감과 같이 꽃게를 쪄먹기로 했는데 배도 고프고 맛이 궁금해 3마리만 먼저 쪄보도록 한다. 게를 찔 때 뒤집는게 좋냐 바로 놓는게 좋냐의 논란은 항상 있는데 뒤집어야 게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고 맛있다는게 정설이다. 물론 나도 여태 그 방법으로 쪄먹었었지만 이번에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3마리만 우선 먹기로 했는데 한마리만 바로 놓고 쪄본다.
나머지 꽃게들은 종길동 영감이 올때까지 다시 대기.. 기다려라 곧 먹어주마.
20분 정도 찌니까 색깔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맛만 보는 거니까 암꽃게 3마리로..
확실히 바로 넣고 찐 녀석은 밖으로 무언가 다 흘러 나왔다. 겉보기도 굉장히 지저분해서 입맛을 떨어트린다.
게딱지를 분리한 모습
바로 놓은 녀석은 수분이 다 빠져 버리고 내장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반면에 뒤집은 녀석들은 형태를 제법 유지하고 있다. 배송 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내장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숫꽃게는 아니지만 이 녀석들도 충분히 맛있다. 그래도 살아있는 녀석들이었으니..
그러고 얼마 후에 종길동 영감이 곧 출발한다는 연락이 온다. 남아있는 녀석들을 다 찜통에 넣고 찌기 시작한다.
한번 해봣으니까 이젠 모두 뒤집어서 찐다.
가장 먼저 4마리 밖에 없는 숫꽃게를 맛보기로 했다. 맛있는 걸 나중에 먹어야 하지만 암꽃게를 다 먹고 나면 배가 불러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에 지쳐 돌아온 종길동 영감. 얼른 좀 풀려야 할텐데.. 근데 사진 왜 이래?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이 있으니 좋은 술을 준비했다. 화요 17도, 정말 마음에 들어서 최근에 자주 찾게 된다.
확실히 숫꽃게가 살도 더 많이 찬데다가 맛도 있다.
해체 작업은 내가 담당했다.
이렇게 게딱지를 분리하고 먹기 좋게 잘라서 쌓아두니 여기저기서 손이 들어와 순식간에 사라진다. 숫꽃게 몇마리 안들었다고 궁시렁 댔지만 맛만 좋다.
엄청난 파편들.. 게 크기도 크지 않은 데다가 살이 많이 차있지 않아서 한 마리도 빠짐없이 다 먹었는데도 별로 배가 차지 않는다.
꽃게 내장들이 별로 상태가 안 좋아서 그냥 퍼먹기에는 별로 안 좋다고 판단되어 게장 볶음밥을 해먹기로 했다. 겨울에 대게 먹을때도 볶음밥 요리사는 언제나 종길동 영감이다.
버터를 조금 넣어 밥, 양파, 꽃게 내장, 김 등을 넣어 볶은 다음 마무리는 역시 참기름 한방울이다.
내장이 많이 없어 조금만 볶았다. 너무 맛있어서 정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권여사가 끓여낸 꽃게 된장찌개. 과하지 않게 삼삼하게 끓여내어 숟가락이 계속 들어간다. 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마무리"
올해 가을 식탁을 꽃게로 차린 밥상으로 시작을 해보았다. 기대감에 비해 너무 실망스런 꽃게들이 와버려 마음이 안 좋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잘 먹어 주어서 다행이었다. 아마 앞으로는 이런 방법으로는 안 시켜먹고 마트에 가서 직접 꽃게를 고르는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살이 찰 찬놈만 직접 만져보면서 골라야지 이건 뭐..
그래도 이렇게 가족들과 좋아하는 종길동 영감이랑 주말에 옹기종기 모여 제철 음식을 맛보면서 좋은 술 한잔하고 있으니 일그러진 내 마음도 조금 풀어졌다. 아직 가을은 많이 남았으니까 다음 번에는 더욱 상태 좋은 꽃게를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조금 더 날이 추워지면 다시 한번 꽃게로 식탁을 푸짐하게 차려야겠다.
- 끝 -
아래 '공감' 버튼 클릭 한번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