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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맛집 :: 서동한우 - 드라이 에이징 명품 숙성한우, 서동탕, 물냉면 [충남/부여 맛집]전국맛집/충청남도/대전 2014. 10. 9. 07:00SMALL
상호 : 서동한우
전화 : 041-835-7585
주소 :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118-2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건조 숙성)한 명품 숙성한우를 맛보다!"
그들(종길동 영감, ㅇㅇㅇ 영감, 쿄)과 함께하는 전라도 여행 1일차에 처음으로 들린 맛집이 바로 이 곳, '서동한우' 이다. 원래의 계획은 대전에서 전주로 간 다음 '전주 비빔밥'을 먹을 계획이었다. 교통체증을 고려하여 급하게 부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종길동 영감이 "부여에서는 먹을만한게 뭐가 있을까?" 라고 질문을 하자마자 갑자기 떠오른게 이 집이다. 가게도 운영하지만 따로 고기를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는 곳인데 이 집의 소고기를 주문해서 먹을려고 전부터 계획을 잡고 있었던 터였다. 우연한 기회에 직접 방문해서 먹을 기회가 생겨 옳거니 하면서 이 곳에 가자고 권유를 하니 만장일치로 통과 되었다.
소고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서동한우는 한번쯤 들어봤을 그런 유명한 곳이다. 유명세를 탄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숙성법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에는 보통의 가게라면 도축후 가져온 소고기를 냉장 보관 후 판매를 한다. 따로 숙성 과정을 제대로 안 거친다는 소리다. 조금 맛있다는 집들을 가보면 대체로 웻 에이징(Wet-Aging, 습식 숙성) 방식으로 숙성을 하는데 이 방법은 진공 포장을 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숙성을 하는 방법이다. 보관이 용이한데다가 고기의 손실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서동한우는 어떤 방식으로 숙성과정을 거치는가? 바로 드라이 에이징(Dry-Aging, 건조 숙성) 이다. 단어 뜻 그대로 공기 중에 고기를 노출해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말린다는 뜻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기가 숙성되며 자체의 맛이 더욱 농축되어 더욱 깊은 맛을 만들어 주지만 고기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육즙이 많은 촉촉한, 부드러운 맛 자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맛자체는 올라가게 되지만 육즙을 조금 포기해야 하는 양날의 검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숙성이 진행되면서 고기 표면부터 마르기 시작하는데 그 숙성의 기간에 따라 최대 50%의 고기를 버려야 한단다. 그것은 곧 가격 상승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이 집 사장님에 대해 알아보니 소띠에다가 축산업과 고등학교, 대학교도 한우 축산을 전공한 분이라고 한다. 소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다가 좋은 고기를 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직접 운영하는 목장에서 재료를 공급 받는다고 한다. 그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있는지 직접 한번 먹어보도록 하겠다.
간판, 뭔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깔끔한 분위기는 아니다.
점심시간에 걸려서 기다리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예약은 따로 받지 않는다고 한다. 들어가서 대기목록에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약 4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에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점심이라 그런지 고기를 구워 먹는 팀보다는 '서동탕'으로 식사를 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
가게 주변에는 TV에 출연한 여러 모습들이 인쇄되어 붙어있다. 참 많은 방송에 나왔다.
가게 밖에 있던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가격을 대충 보니 우리가 먹으려고 하는 드라이 에이징 숙성한우는 없어 보인다. 제일 위에 한우 특수부위 모듬이 100g 에 14,706원이면 어떤 부위가 나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렴한 가격이다.
40분을 기다린 후 들어가서 앉으니 우리 자리 바로 위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일반육에 비해 숙성육이 가지는 장점이 잘 적혀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배가 고파 빨리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종길동 영감과 ㅇㅇㅇ 영감.
깜짝이야. 쿄.
메뉴판을 열어보니 우리가 찾던 숙성육이 나온다. 150g 에 43,000원이라니.. 50일 이상 건조 숙성을 거친 고기라고 한다. 따로 부위를 정할 수 있는 건 아닌거 같고 그날 그날 제공 되는게 달라 보인다. 우리는 등심이 나왔다. 1인분만 시켜서 그런건가?
가격이 조금 저렴한 30일 이상 숙성한 녀석도 한번 시켜본다. 이 녀석은 150g에 35,000원 이다.
어떤 숯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비장탄이 나와준다. 숯 중에 최고급으로 쳐주는 비장탄이라.. 그래 이런 고기라면 불도 고급이 나와줘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
양파 담궈 먹는 간장 소스
소금
양파를 적당량을 처음의 간장 소스에 담궈 준다. 예전에는 소고기를 먹을때 정말 고기와 소금만 조금 먹었는데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양파는 잘 먹어주는 편이다.
맵지 않고 맛있었던 고추 된장 무침
젓갈 향이 강하게 다가오던 겉절이
샐러드
깔끔한 국물 김치, 동치미라고 하는게 더 맞을라나..?
그리고 각종 밑반찬들.. 가만 생각해보니 이것들은 맛본 기억이 없는데..
호박전과 소간으로 만든 전
명품 숙성한우(150g, 43,000원)가 나왔다. 부위는 등심이 나왔는데 사진을 찍기도 전에 바로 불판위에 올려버리더라. 좀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열을 받은 고기를 다시 빼낼 수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우선 등심을 가로 지르는 두꺼운 지방층을 손질을 해서 나온게 아주 인상적이다. 이렇게 까지 깔끔하게 손질해 주는 집은 흔치 않은데..
마블링을 보니 일반육보다 숙성을 거치면서 더욱 근육속에 깊게 박힌 느낌이랄까? 아니면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육색이 짙어져 더욱 지방색이 부곽되고 있는 효과일 수도 있다. 왜 100g이나 120g이 아니고 150g 단위로 판매할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숙성육은 두껍게 스테이크 처럼 구워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양이 줄어들면 이런 두께가 안나와서가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유추해 본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왠만한 스테이크 보다 더 두껍게 고기가 잘려 나온걸 확인 할 수 있다.
이 녀석은 30일 이상 숙성된 숙성 채끝(150g, 35,000원)이다. 확실히 등심에 비해 지방이 적고 50일 숙성된 고기보다 육색이 밝은 편이다. 열을 받기 전에 익히지 않고 생고기 맛을 보기 위해 가위로 끝을 잘라내서 오물오물 씹고 있으니 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맛있냐고 자기도 조금 달라고 한다. 익히지 않았는데도 그 감칠맛이 제법 뛰어난데다가 예상외로 아주 부드럽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드라이 에이징을 거치면 고기맛이 더 진해진다고 하는데 왜 가게 직원은(직원이 아니라 여사장으로 보였다) 50일 이상 숙성된 등심을 먼저 불판에 올려버린 것인가? 숙성 기간이 다르더라도 당연히 지방이 더 작은 채끝 부터 먹는게 도리 이거늘.. 과연 한우 박사가 운영하는 식당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등심부터 먹게 해서 채끝을 먹으면 그 풍미가 떨어지므로 앞으로는 무조건 50일 이상 숙성시킨 명품 숙성한우를 주문하게 하기 위한 고도의 판매 전략인가?
당연히 열처리는 내가 담당한다. 늘 그렇듯 고기는 맛있게 익어 간다.
사진이 어두워 잘 안 보이지만 레어로 익혀낸 고기, 맛을 보도록 하자. 직접 먹어본 적은 없지만 위에서 써놨듯이 건조 숙성을 거치면서 수분이 날라가면 육즙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풍부한 육즙을 머금고 있다. 대충 씹고 삼키지 않고 고기가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끝까지 씹어보니 치즈맛? 우유맛? 같은 그런 맛이 은은히 올라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익힘 정도는 레어로 한번 먹어보고 그 다음은 미디움, 그리고 웰던으로도 먹어본다. 개인적으로는 레어 - 미디움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동행한 모든 이들이 웰던으로 완전히 익히니까 식감이 굉장히 별로라고 한다. 안쪽이 부드럽게 씹히는 쪽이 훨씬 맛있다는 투표 결과가 나왔다.
채끝도 일단 레어로 익혀낸다.
등심보다 지방은 부족하지만 그 담백하고 깊은 맛이 이쪽이 더 내 취향이다. 나와 종길도 영감은 채끝, ㅇㅇㅇ 영감과 쿄는 등심에 한표를 들어주었다. 물론 숙성 기간에 따른 맛의 차이는 배제하고 지방의 함량 만으로 투표를 한 결과다. 이 정도면 여사장으로 보이는 분의 고도의 판매전략은 실패한 거나 다름없다.
고기는 2인분만 주문하고 다른 메뉴도 먹어보기로 했다. 아까 둘러봤을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있던 '서동탕(10,000원)'을 주문했다. 우족, 도가니, 살 등등을 넣고 끓인 탕이라고 한다. 아 물론 모든 재료는 한우다. 건더기도 엄청 실한데 시원하면서 깊고 진한 국물이 아주 끝내준다. 왜 사람들이 이걸 먹고 있었는지 대번에 알수 있었다.
국물 맛도 뛰어나지만 그 안에는 건더기도 엄청 실하게 들어있다. 이거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을 정도다.
고기먹고 나면 냉면이 빠질 수 없지. 사실 냉면은 별로 기대 안하고 시켰는데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부산에서 먹던 원산면옥의 냉면처럼 육향 가득한 육수는 아니지만 고기 육수와 동치미를 적절하게 배합을 한 건지 깔끔한 맛이 나는 육수가 고기 먹고 느끼한 입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마무리"
끝을 내기에 앞서 가게에 적혀 있던 문구들을 가지고 질문에 응답하는 식으로 얘기를 조금 더 풀어보도록 하자. 질문은 아까 우리가 앉아 있었던 자리 위에 붙어 있던 숙성육 소개란에 적힌 걸로 한다.
① 고기가 많이 익힐수록 더욱 맛이 있어집니다.
→ 아까도 말했지만 중간 정도의 익힘이 가장 맛있었다. 심지어 굽지않고 생으로 먹어도 맛있더라.
② 많이 드시더라도 속이 더부룩해지지 않습니다.
→ 많이 먹지 않아서 이 부분은 증명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워낙에 소화를 잘 시켜 살면서 더부룩한게 뭔지 잘 모른다.
③ 치아 사이에 고기가 끼이지 않습니다.
→ 치아 사이에 고기가 끼이진 않았다. 하지만 소고기를 먹으면서 한번도 끼어본 적도 없다.
④ 익힌 고기가 식더라도 식감과 맛이 유지됩니다.
→ 식기 전에 다 먹어 버려서 증명할 수가 없다.
⑤ 잘 발효된 치즈의 풍미가 진동하면서 치즈나 견과류처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 솔직히 말하면 치즈의 풍미가 진동...까지는 아니고 오래 씹으면 조금 올라온다. 내가 진동할 정도의 풍미를 못느낄 정도의 둔한 혀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건조 숙성 과정을 거친 한우 숯불구이를 처음 맛을 보았다. 예상한 맛의 강도가 10 정도라고 치면 실제로는 6~7 정도라서 그 충격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 맛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먹고 나오니 평소에 고기 먹은 후의 그 입안에 감도는 찝찝한 기름기가 남아있지 않고 정말 깔끔하더라. 같이 나오는 찬들도 하나 하나 맛있는 데다가 메인인 고기도 최고의 맛을 제공하니 왜 이 집이 유명한 지 알 수 있었다. 이 고기에 맛을 들이면 정말 다른 소고기는 앞으로 먹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부여까지 굳이 가서 먹어볼 가치는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하시면 이 곳의 고기를 집에서 받아 드실 수 있다. 심지어 가격도 더 저렴하게 말이다. 기름값 쓰고 가서 오랜시간 기다리는 수고를 하실 필요는 없고 집에서라도 꼭 한번 드셔보시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본인도 곧 집들이가 있어서 한번 주문해 먹을 생각이다. 근데 지금 서동탕이 생각나는데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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