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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맛집 :: 녹돈당 - 돼지 본갈비(돼지갈비), 냉면 [구미역/도량동 맛집]구미맛집/도량동 2015. 1. 5. 07:00SMALL
상호 : 녹돈당
전화 : 054-443-7776
주소 : 경북 구미시 도량동 394
"구미 최고의 고급 가족식당"
어느 주말 오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종길동 영감한테서 연락이 온다. 저녁 내기 당구 한게임 치자는 내용이었다. 2007년 이후 당구를 접었지만 한때는 제법 공 좀 친다는 소리 듣던 나다. 뭐 운동이나 할겸 그 요청에 응해서 대충 트레이닝 복 걸쳐 입고 나갔다. 예상과는 달리 영감의 후루꾸(운 : 웬만하면 한글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이런 용어는 역시나 동네 당구장에서 쓰던 그대로 써줘야..)에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근데 웬걸 계산을 하려고 보니 둘다 지갑이 없는게 아닌가? 그래서 결국 내가 자리를 지키고 영감이 지갑을 가지러 갔다왔다. 그러고는 그냥 우리 가족들 데리고 '녹돈당' 이나 가보자고 한다. 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터라 망설이지도 않고 수락했다. 돼지갈비를 좋아하는 권여사도 당연히 따라가기로 했는데 사실 주말에 밥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이 집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고급 음식점이란건 알고 있다. 가게가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경복궁' 이라고 소고기와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 '삿뽀로' 라는 일식 전문, '녹돈당'은 돼지고기 전문인 3개의 가게가 한 곳에 붙어있다. 가게 스타일을 봐서 아무래도 주인은 한명인 듯 하다. 위의 설명이 틀렸을 수도 있다. 삿뽀로는 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데 제일 비싼 VIP(1人, 100,000원) 코스를 먹었음에도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래서 조만간 다시 가볼 생각이다. 뭐 어쨋든 오늘은 녹돈당을 한번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제법 괜찮은 외관을 하고 있는데 현수막이 너무 주렁주렁 달려있어 딱히 보기 좋지는 않다.
녹돈당은 경복궁 건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룸도 많고 전체적으로 다 모든 자리가 다 독립적이다. 룸이 아니어도 룸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보니 많이 시끄럽지 않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다. 먼저 자리를 꿰찬 종길동 영감, 그리고 분홍색 잠바로 중무장한 딸랑구.
우린 돼지 본갈비(1人, 19,000원)를 먹으러 왔는데 가격이 정말 괴랄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돼지갈비의 가격이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오겹살만 해도 13,000원이라니.
비장탄으로 보이는 숯이 들어있고 가스를 이용해 붙이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 보다는 순간적으로 불을 붙여서 갖다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렇게 불을 붙이는 건.. 내가 집에서 하는 방식인데 숯에 골고루 불이 붙지 않는다.
당구를 이겼음에도 이 날 저녁을 거하게 사주신 종길동 영감.
개인 세팅
조미료 범벅이 아니라 천연재료를 이용해 만든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19,000원은 좀 심하잖아.
파무침, 양념이 강하면서도 맛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뒷맛이 너무 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샐러드
상추 무침, 깔끔하지만 역시나 단맛이 너무 맴돈다.
이쁘게 담아온 쌈무.
특이하게 김치를 쪄서 준다. 이 정도 고급 식당이면 김치 맛으로 승부를 봐도 좋을텐데.. 조금 아쉽다. 저번에 종길동 영감이랑 했던 얘기가 있는데 김치를 찌거나 볶아서 주는 집은 김치 맛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치가 열을 받으면 약간 상향 평준화 되는 느낌으로 맛이 비슷해진다.
깔끔하고 간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던 백김치, 딸랑구가 다 접수 하셨다.
장아찌
선지 우거지탕. 후추 맛이 너무 강하더라. 국물도 마법의 맛이 나기도 하고.. 조금 아쉬웠던 찬. 심지어 추가하면 따로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
싸먹는 걸 많이 즐기진 않지만 돼지갈비 먹을때는 나쁘지 않은데 기본으로 주지 않더라. 따로 주문을 하니까 이렇게 예쁘게 담아져서 나왔다.
김치는 생으로 먹어야지 하면서 따로 주문했더니 역시나 그저 그런 김치가 나왔다. 정말 김치를 좋아하는데 이거 가지고 식사 끝날때 까지 먹었으니..
돼지갈비가 나왔다. 양념을 숟가락으로 살짝 떠 먹어 보니 간이 많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아까 천연재료로 만들었다는 글귀를 봐서 그런지 제법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이 집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 하나는 석쇠가 일회용이다. 근데 진짜 돼지 '갈비' 살이 맞는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고기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데 고기 손질 부분이나 지방의 분포 형태가 내가 알던 갈비랑은 조금 다르다.
어쨋든 이렇게 한상.
다 익은 고기를 파무침이랑도 같이 먹고..
이렇게 상추 쌈으로도 먹고..
이 집에서 제공하는 소스에도 찍어 먹는다. 소스에도 후추맛이 제법 강하다.
살이 오른 딸랑구 사진으로 잠시 쉬어가고.. 찍었을때는 사진 예쁘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려 놓으니 별로네.
마늘을 너무 조금 주셔서 산으로 쌓아 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이만큼 주셨다. 물론 다 먹었다.
고기가 모자라 2인분을 추가했다.
계속 굽는다.
이게 돼지갈비 중 가장 맛있는 부분인 뼈에 붙은 살이다. 이 부분을 해체 하는 법을 조금있다가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파무침에 콩나물이 약간 섞여있다. 이유를 알 순 없다. 이거보다 더 많이 섞였으면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을 더하기 위함이라고 판단했을텐데 아주 미미한 양이라 그 식감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게 아까 말한 갈비살
갈비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이 작업은 종길동 영감의 전문 분야다. 살과 뼈가 만나는 지점에 가위를 넣고 약간 파내면서 돌려깍듯이 가위질을 해준다.
이런 식으로.. 숙달되면 고기의 손실없이 거의 발라 낼 수 있다. 물론 손으로 잡고 뜯어먹는 맛도 있지만 이렇게 살을 발라내면 더욱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선주후면(先酒後麵) 이라고 했던가? 물냉면 두 그릇을 주문했다. 면은 함흥식 면을 사용했다. 이런 줄 알았다면 그냥 비빔냉면을 시킬걸 그랬나? 근데 육수가 아.. 뭐랄까? 공장표 냉면 육수인듯 아닌 듯 애매하다. 동치미 맛이 좀 어색하다고나 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지가 않으니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어쨋든 육향 가득한 내 취향의 육수는 아니다. 우선은 아무것도 안넣고 조금 맛을 보다가..
양념장과 겨자를 조금 넣어서 먹기로 했다.
이게 바로 갈쌈 냉면.
마지막으로 매실차를 마실 수 있다. 이렇게 진한 매실차라니.. 처음에 색깔만 보고 수정과 인 줄 알았다.
"마무리"
아마 내가 알기로는 구미에서 가장 비싼 돼지갈비를 먹고 왔다. 구미뿐 아니라 돼지갈비 가격만으로는 전국에서도 어디서 꿇리지는 않을 만한 황당한 가격이다. 부산에서도 이런 고가의 돼지갈비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 서울쪽으로 가면 왠지 더 비싼 것도 있을 듯 하다. 어쨌든 가게 분위기 부터 전체적인 맛까지 만족스러운 저녁식사였다.
고기가 진짜 갈비살인지는 약간 의심이 가지만 고기 자체는 좋았다. 총 5인분, 즉 5 덩어리의 고기를 먹었는데 한 덩어리가 약간 냄새가 나긴 했지만 나머지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함께 나오는 찬들도 아주 깔끔하고 종업원들의 친절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약간 아쉬운 점은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달고, 후추를 조금 과하게 썼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가장 불만이다. 맛있게 먹고는 왔지만 이 가격이라면 아마 앞으로 돼지갈비를 먹기 위해 방문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귀한 손님 모시고 가기에는 구미에서 이만한 곳(경복궁, 삿뽀로 포함)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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