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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탁 :: 집에서 광어, 도다리 회 뜨기 :: 한칼 용 회(사시미)칼, 데바칼미식일기/요리하기 2015. 1. 22. 07:00SMALL
"집에서 회를 떠 먹을 수 있을까?"
부산에서는 고민도 안하고 갈 만한 단골 횟집들이 많지만 구미는 그렇지 못하다. 여기저기 괜찮다고 하는 곳을 가보긴 했지만 다들 썩 마음에 들진 않더라. 그래서 내린 결정이 그럼 집에서 내 마음에 들게 떠 먹자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적도 없고 혼자, 그리고 어깨너머로 배워서 잘 살고 있다.
하지만 회를 뜨는 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학원을 다니거나 아니면스승을 두고 직접 배우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장인인 나로서는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결정한게 그냥 한번 떠보기로 했다. 수많은 횟집을 다니고 사장들이랑 친해지면서 어깨 너머로만(눈으로만) 배운 회를 뜨는 이론 정도는 있으니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우선은 한밭 대장간의 한칼(http://hankal.kr)에서 필요한 물품을 주문했다.
숫돌과 칼 두개가 배송이 왔다.
무난하게 많이 쓴다는 1000방짜리 숫돌.
칼은 데바칼과 회칼(사시미칼) 두 가지만 일단 주문을 해 보았다. 혹시 데바칼의 한국말을 제대로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길..(이왕이면 한국말로 글을 쓰고 싶다)
데바칼
회칼, 둘다 제일 저렴한걸 주문했더니.. 정말 싸보이긴 한다.
집 앞에 작은 회 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광어 한마리를 살아있는 채로 그대로 사왔다. 그냥 주세요 했더니 파는 사람이 조금 이상하게 보긴 했지만... 낚시 다니면서 회 좀 떠봤다는 종길동 영감을 집에 불러놓고 본격적으로 회 뜨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머리쪽 척추뼈와 꼬리뼈를 끊어서 몇분 정도 피를 빼준 후 머리와 내장 제거 작업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생선을 직접 손질하는 건 처음이라 내장을 터뜨리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별일 없이 잘 넘어갔다. 근데 왠지 칼이 잘 안드는 기분이다. 분명 구입할때 칼갈기 옵션을 넣었는데..
광어회를 뜨는 방법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3장 뜨기와 5장 뜨기가 있다. 3장 뜨기(삼마이 오로시)를 처음부터 시도해 보기로 했다. 꼬리쪽에 칼집을 넣어준 후 회칼을 이용해서 지느러미 쪽으로 칼을 넣고 위쪽으로..
이렇게 넣어준다. 이때까지만 해도 처음 해보는데 나는 천재인가? 라는 헛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어는 점점.. 걸레가 되어간다. 아 정식 명칭은 넙치다. 뜬금없이 이름 지적.. 하 이쯤 되니 회 뜨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단골 횟집의 사장님들이 얼마나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몸소 느끼게 되었다.
사실 회 뜨기 전에 존경하는 부산의 '어부의 잔치' 형님께 전화를 드려서 광어 회 뜨는걸 가르쳐 달라고 했다. 말로는 설명이 힘들다며 제발 걸레나 만들지 말라고 하신다. 하지만 그의 걱정대로..
저 큰 광어 한마리에서 겨우 건진 회 몇점들.. 제대로 못 떠서 그런지 하도 조물딱 거린데다가 내장이 묻어서 물로 씻어서 물기 제거하고 먹었더니.. 아 이게 무슨 맛인가...? 활어 특유의 씹는 맛도 없고 비려서.. 이게 걸레인지 넙치인지 알 수 가 없어 쓰레기통으로 직행. 너무 아깝다.. 튀김이라도 해먹을걸..
너무나 배가 고팠던 우리는 집 앞에 새로 생긴 국밥집(순수국밥 : http://sukzintro.net/702)을 갔다.
그리고 며칠뒤 손님이 온다고 하기에 회를 한접시 내기 위해 재도전을 하기로 했다. 아직 실력도 없는 놈이 친구 온다고 직접 회를 떠주겠다니.. 용기가 참 가상하다.
이번에는 좀 크기가 작은 강 도다리를 두마리 사왔다. 혹시나 실패할 걸 대비해 한마리는 내가 뜨고 한마리는 종길동 영감이 작업하기로 했다.
역시나 척추뼈를 끊어서 피를 빼주는 작업을 거친 후..
물기를 제거하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주자. 이번에는 잘못해서 건드려서는 안되는 쓸개를 터뜨려 버렸다. 앞쪽을 보면 녹색물이 나와서 살이 물들어 버린.. 망했지만 회뜨는 연습을 위해 그냥 해보기로 한다. 앞부분은 잘라내면 되니까..
지난 번에 3장 뜨기를 실패했음으로 이번에는 좀 더 쉬워보이는 5장 뜨기로 진행한다.
우선 등쪽을 반으로 갈라주고 꼬리 쪽에 역시 칼집을 조금 넣어준다.
그리고는 바로 중간 부터 뼈와 살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어라..? 왠지 느낌이 좋다.
조금씩 뼈에서 분리되고 있는 살들
이렇게 마지막 까지 총 5장 뜨기를 완성했다. 왜 4장인데 5장이냐고? 뼈 부분 포함해서 5장이라는 얘기다.
두번째 시도 치고는 나름 깔끔하게 해체를 완료했다. 물론 망구 내 생각이겠지만...
요 위에 사진은 3장 뜨기를 시도한 영감의 작품. 확실히.. 실력 차이가 난다. 껍질과 살 사이에 지방층도 잘 살리고.. 나도 몇번 연습하면 금방 따라갈 수 있겠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새로온 간장과 기존에 사용하던 간장을 둘 다 준비한다.
초심자가 뜬 것치고 너무 잘 떠진 영감의 강도다리 회. 시간이 없어 2시간 정도만 숙성을 시켰다. 그럼 썰어서 먹어보도록 하자.
회를 썰고 있는 종길동 영감
보다가 해보고 싶어서 나한테 달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포를 뜨는 작업은 영감이 훨씬 잘했는데 막상 회를 썰어내는 건 내쪽이 나았다. 그래서 나머지 남은 포까지 전부다 내가 썰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강 도다리 회 한 접시. 물론 내가 작업한 회도 같이 먹었는데 사진이 안 남아있다.
"마무리"
이제 겨우 두번 회 뜨는 연습을 해보았는데 나름 두번째는 껍질 제거 작업에 애를 좀 먹었지만 회의 모든 살을 살릴 순 있었다. 하지만 빠른 시간내에 최소한의 손놀림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아직 미숙하다 보니 손도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때문에 회 살이 많이 물러지고 비린내도 조금 나는 듯하다. 두 접시를 동시에 넣고 먹어봐도 확실히 종길동 영감이 작업한 회가 훨씬 맛있다. 물론 마지막에 내가 잘 썰어낸 이유도 있겠지만 :)
일단은 영감이 떠내는 정도로 목표를 잡고 연습을 해 보기로 했다. 좀 더 능숙해지면 내가 원하는 모양의 회를 뜰 수도 있을거고 좀 더 다양한 생선요리(생선까스, 순살구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지막 목표는 집에서 숙성회와 초밥 만들어 먹기다. 내가 자유롭게 넙치(광어), 참돔, 고등어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땐 우리집 식탁이 더욱 맛있어 질 것이다. 앞으로 생선 작업하는 걸 가끔 소개하도록 하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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