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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장김치에는 돼지수육"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나 싶더니 순식간에 찬바람이 불어온다. 겨우내 먹을 음식들을 저장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바로 김장철이다. 우리 가족은 3명이라 따로 김장을 하지는 않지만 본가와 처가에서는 매년 김장을 한다. 보통 처가에서 김치를 받아 먹는데 결혼 첫해 말고는 일 때문에 김장을 도와드릴 수 없는게 죄송스럽다. 올해도 염치 불구하고 김치를 한 가득 얻어왔다.
▲ 김장김치와 수육
장모님께서 돼지고기도 한 가득 싸주신다. 김장김치는 따로 썰지 않았다. 빨간 고춧가루가 묻은 김장김치를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 주안상
딸랑구가 먹고 싶다던 꼬막도 준비하고 신김치로 김치찌개도 끓였다. 남아있던 생멸치도 지져서 냈다. 육지와 바다가 조화롭게 만난 식탁이다. 소주 한 병 꺼내지 않을 수 가 없다.
▲ 김장김치
청각과 젓갈이 듬뿍 들어간 경상도, 전라도식 김치다. 바로 먹을 생김치들에는 굴이 듬뿍 들었다. 이것도 모자라서 생굴을 따로 사서 같이 먹기도 한다.
▲ 돼지 수육
하동에서 받아온 돼지. 기름이 조금 많아 걱정했는데 웬일인지 기름이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잡내 없이 부드럽게 씹히며 육향만 남는다. 최근에 먹은 돼지고기 중 최고.
▲ 김장김치 찢기
생김치는 칼이나 가위를 대지 않고 역시나 찢어야 제맛이다. 분명 같은 김치임에도 자르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음식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 김치 수육 쌈
처가 텃밭에 자란 무농약 양상추에 돼지고기와 김치, 본가에서 가져온 마늘장아찌와 청양고추 하나 올려서 입안 가득 넣는다. 입이 안 다물어질 만큼 넣어 턱이 잘 안 움직이는 고통에도 혀와 마음만은 행복하다. 2~3일 지나고 나면 김장김치는 숙성이 되면서 잠시 맛을 잃겠지만 몇달 뒤에 또 새로운 맛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때까지 당분간은 작년 김치를 좀 더 즐겨야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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