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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맛집 :: 동래밀면 - 밀면 [인동/인의동 맛집]
    구미맛집/인의동 2013. 6. 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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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 : 동래밀면

    전화 : 054-471-1179


    "반가운 얼굴"

    사람들이 원래 살던 곳이 아닌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고향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고향의 땅들, 산들, 꽃들,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 몇년 전 호주로 가기 전 가장 걱정했던게 그곳에서 김치를 못먹으면 어쩌나 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쨋든 나의 고향 음식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그 중에 최고를 꼽자면 역시 '밀면'이다. 


    최근 밀면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간혹 밀면을 취급하는 집이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된 밀면 맛을 내는 집은 10집 중에 1집도 안된다. 혹시 진짜 밀면 맛을 모르고 먹는 타지 사람들이 '뭐야 별로 맛도 없는데 왜 부산사람들은 그렇게 맛있다고 호들갑이지?'라고 할까봐 걱정도 된다.


    구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산지 어언 1년이 넘었는데 이동네는 밀면보다 대중적인 냉면도 제대로 하는 집이 없다. 유명하다는 집, 줄 서서 먹는집도 가봤는데 다들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밀면을 제대로 하는 집이 있을리가 없지. 하지만 어느날 친구 '송놀자'와 길을 걷다가 이 집을 만나게 되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집인데? 간판도 똑같고 인테리어도 똑같은데.. 


    그렇다. 바로 부산에서 내가 자주가던 동래밀면(http://sukzintro.net/362)이었다. 오잉 이 집이 이렇게 전국구 체인이었던가? 어쨋든 한번 방문해 보기로 하자. 위에 링크 걸어둔 기존의 부산 동래밀면 글과 비교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간판. 부산 동래밀면의 간판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사실 저 캐릭터 때문에 그집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본점을 빼고는 다 이렇게 '구가네 동래밀면'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한다고 한다. 아마 본점 주인이 구씨인가 보다.



    역시나 부산처럼 밀면 집이면서 특이하게 칼국수도 한다. 부산에서 먹어봤을때는 내 입맛은 아니었기 때문에 패스하고.. 한가지 아쉬운건 부산에는 있는 '물비빔면'이 없다. 그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거만 먹는데..



    익숙한 인테리어다.



    밀면에 아주 중요한 무김치....여야 하지만 무김치라기 보다는 쌈무(고기 싸먹는 그거)에 고추가루 좀 뿌려진거에 가깝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더 좋을텐데. 체인점이다 보니 받아서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밀면을 먹을때는 따로 찬이 필요없기에 이거 말곤 식탁에 아무것도 깔리지 않는다.



    늘 그렇듯 이렇게 육수만 따로 한 그릇 달라고 부탁을 드린다. 순수한 육수 맛을 보면 그 밀면이 맛있는지 아닌지 예상이 가능하다. 부산의 그것보다는 일단 색부터가 조금 연하다. 역시나 싸구려 공장 육수 맛과는 다르다. 부산의 동래밀면처럼 진하진 않지만 그 보다 더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다. 초가 조금 더 강하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과연 이 집은 육수를 체인 본부에서 받아 쓰느냐 아니면 비법을 전수 받아 여기서 직접 끓이느냐? 후자가 된다면 재료 배합에 따라 조금 맛이 달라질거고, 주방장의 취향에 따라 변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부산의 동래밀면 육수와는 비슷하지만 분명히 조금 다르다. 하지만 알 길이 없다. 소주라도 한잔 하는 집이면 사장님이랑 한잔 주고 받으면서 여쭤 볼텐데. 



    드디어 나온 물 밀면(大, 5,500원). 양이 많다.


    지금부터 밀면먹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우선 아무것도 하지말고 바로 삶은 계란을 조심히 들어내어 입으로 가져가서 먹자. 이유는 속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럼 수육 혹은 편육이 나오는데 보통은 양념장 바로 위에 올려져있다. 최대한 살살 들어올린다. 그럼 고기 한쪽 부분에 양념장이 묻어 있다. 보통 이걸 육수에 씻어 먹는데.. 그것도 좋지만 그대로 씹어먹자. 보통 고기를 양념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지 않는가? 바로 그 원리다. 밀면의 양념장을 고기 양념장이라고 생각하는게지.



    거기까지 했으면 이상태가 된다. 양념장을 남기는건 개인의 취향이다. 맵고 짠게 싫으면 더 덜어내도 되고 아니면 고기 먹을때 더 많이 찍어먹어도 된다. 


    그리고는 이대로 면을 퍼트리지 않고 그릇을 들어 육수를 한모금 마신다. 아직 양념장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육수를 말이다. 본인은 이 행위를 '주방장에 대한 예의'라고 부른다. 열심히 육수를 정성껏 끓인것에 대한 예의랄까?


    그리고는 테이블에 있는 겨자를 조금 첨가하자. 우측 윗부분 겨자가 보이는가? 식초는 기호에 맞게 넣자. 보통 나는 안 넣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아까의 무를 한 웅큼 넣어준다. 들어가 있는 집도 있지만 아닌 집은 원하는 만큼 넣어준다.



    그리고는 이렇게 잘 섞어준다음 먹으면 된다. 국물이 차기 때문에 양념장이 제대로 안 풀릴수가 있으니 정성껏 잘 풀어줘야 한다.


    밀면을 먹는데 가장 중요한건 '면을 자르지 않는 것'이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보면 마지막 편에 부산의 '개금밀면'이 나온다. 거기 사장님과의 인터뷰 내용이 나오는데.. 쫄깃한 면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손님들이 가위로 면을 자를때면 그렇게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물론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서 면을 만들기 때문에 아예 안질기다고 말을 하긴 힘들지만 저 냉면의 함흥식 면발 보다는 훨씬 잘 끊긴다. 굳이 자를 필요가 없다. 후루룩 하고 이빨로 힘을 줘서 끊으면 쫄깃한 면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먹는게 불편하다면 한번만 자르자.. 제발. X자로 자르지 말란 말이다.



    함께한 '송놀자'. 한 젓가락 하실래예?



    이렇게 싹쓸이.. 저 따로 달라고 한 육수도 한방울 남김없이 다 먹었었는데.. 그 전 사진인가보다.


    이 밀면이라는 녀석은 참 웃긴 음식인게 부드럽고 쫄깃해 보이는 면발과 부드럽고 진한 육수와는 좀 정반대인 굉장히 진한 양념장을 섞어 먹는 음식이다. 카랑카랑한 국물에 쫄깃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져 매콤 달콤 새콤 짜릿한 맛을 내는 아주 매력적인 음식이다. 


    근데 이게 육수가 문제인지 양념장이 문제인지.. 제대로 하는 집을 제외하면 전혀 엉뚱한, 어이없는 맛을 내는 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집은 달랐다. 송놀자는 계속 '오, 왜 다른 집은 이렇게 못만들지?'를 연발하며 먹어댔다. 우리 둘다 마치 부산에 온 거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진짜 부산에서 먹는거에 비할 바는 안되겠지만 부산이 아닌 곳에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이게 바로 밀면이야!'라고 거리낌 없이 소개시켜주기에, 그리고 무더운 여름에 부산 사람들의 밀면 향수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손색없는 밀면 맛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올 여름엔 이 집 엄청 갈거 같은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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