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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어부의 잔치 - 대방어 풀코스, 모듬회 [연제구/연산동 맛집]부산맛집/연제구 2014. 12. 1. 07:00SMALL
상호 : 어부의 잔치
전화 : 051-753-8403
주소 : 부산 연제구 연산9동 476-39
"거대한 대방어를 맛보다"여러번 소개를 했던 나의 단골 가게 '어부의 잔치', 언제나 최고의 회를 맛볼 수 있는 해선 이자까야다. 하지만 이번에는 늘 먹던 생선들이 아닌 조금 특별한 메뉴를 먹어보았다. 바로 '대방어'다. 본인은 방어라는 생선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항상 생각이 난다. 겨울 내내 방어랑 굴을 달고 살 정도로 매니아인데, 일반 크기의 방어가 아닌 아주 큰 대방어를 몇년 전부터 먹어봐야지 하면서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그래서 이번에는 방어 철이 오기 몇달 전부터 어부의 잔치 사장 형님한테 미리 부탁을 드렸다. 겨울되면 대방어 한번 준비해달라고.. 흔쾌히 수락하시며 워낙 사이즈가 크고 양이 많으니 8명을 모아달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인들 몇명에게 언급을 해두고 먹을 준비를 해왔다. 어느 날 대방어 시즌이 시작됐다고 언제든지 연락주면 준비를 해주겠다는 문자가 한통 날라와서 '대방어 프로젝트 팀'이 결성되어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대방어를 먹기 전날 저녁, 친구 구똥 녀석이 부산에 왔다 해서 잠시 보기로 했다. 전부터 꼭 어부에서 먹어보고 싶다는 녀석의 부탁으로 밤 11시에 예약을 하고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구똥, 회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이날의 상차림,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 전갱이, 학꽁치, 연어, 광어, 참돔, 병어, 문어로 구성된 어부의 잔치의 환상적인 모듬회.
이건 이틀 숙성된 고등어. 기름 잔뜩 오른 고등어의 숙성된 맛은 언제나 입을 즐겁게 한다.
마무리로 처음 먹어본 우럭 매운탕. 과하지 않은 양념에 향긋한 방아향이 아주 잘 어울린다. 너무 맛있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 다 못 먹고 온게 아쉽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6시, 대방어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찾아왔다. 이틀 연속으로 오다니 나도 참.. 하긴 3일 연달아 간 적도 있는데 뭐 이정도 가지고. 약속 시간이 6시 인데 역시나 그 들은 6시에 다 오지 않았다. 이번 대방어 프로젝트 팀은 종길동 영감, 종화 형님(종길동 영감의 친형), 형수님(종화 형님의 부인), 주신 영감, 야로뽕, 쿄, 똑쉐프(석자) 그리고 나로 구성되었다. 밑으로는 도착한 순서대로..
내가 도착하고 조금 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종길동 영감, 종화 형님과 같이 왔는데 초면이라 사진을 찍기는 좀 그래서 영감만 찍어 보았다.
그리고 도착한 주신 영감, 미각 상실자 이지만 요즘 조금 살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회는 질겅거리는 맛으로 먹는다는 대단한 분.
야로뽕
내 사진은 종길동 영감이 억지로 찍음..
똑세프
그리고 쿄, 문디 자슥이 제일 늦게와서 혼나고 맞고 난리가 났었다.
준비 하기전 손질이 완료된 대방어를 먼저 보았다. 이번에 잡은 방어는 8kg이 넘는 대물이다 보니 포를 떠서 잘라놧음에도 그 엄청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저 덩어리 하나 들이 왠만한 생선보다 더 컸으니.. 손질 하기 전 방어의 실물을 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그리고는 먹기 위해 형님이 회를 썰기 시작하신다. 방어가 가진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하기위해 두툼하게 썰어 나간다. 주로 평썰기(히라쯔쿠리) 위주로 썰어주셨다. 횟감 사이즈로 보면 역시 이 쪽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기본으로 깔아주는 도우미들. 역시나 날이 추워지니 감자 튀김에서 연근으로 메뉴가 바뀌었다.
이 날은 쿄의 생일이어서 내가 케이크를 하나 준비했다. 또봇 케이크, 녀석과 참 잘 어울린다. 20대의 마지막 생일을 보내는 동생에게 한마디 해주자면, "30살 부터는 몸이 급격히 퇴화한단다. 하지만 너의 인생은 더 진하게 숙성될거야, 맛있는 생선처럼 말이지. 그리고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나오는 대방어 회, 어마어마한 양이다. 각 부위별로 손질되어 있다. 4명씩 2테이블에 앉았는데 이 만큼 두 접시가 나왔다. 안 그래도 제철을 맞아 기름기 가득찬 방어인데, 심지어 대방어라 느끼함이 심히 걱정된다. 아무래도 다 못먹을 거 같다.
등살
속살, 소로 치면 아롱사태 같은 느낌일라나?
중뱃살
대뱃살, 마치 참치의 그것과도 같은 마블링(아브라)를 볼 수 있다.
제일 지방이 없어 보이는 속살로 시작을 해본다. 과하지 않은 고소함과 방어 특유의 향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부위였다. 식감도 꼬들하고 왠지 초절임을 해도 맛있을거 같은 느낌. 일반 방어나 5kg 정도의 중방어에서는 이렇게 따로 빼기는 힘들고 다른 살에 붙어있는 걸 먹어야 하지만, 우리가 먹은건 대방어라 이런 특혜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는 등살을 먹어본다. 오... 아까와는 다르게 겉으로 보기에도 뭔가 더욱 맛있어 보인다. 아삭하면서 사각 거리는 듯한 특이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배쪽에 비하면 지방도 적당하게 올라 제철 생선의 풍미도 느낄 수 있는 등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날의 최고 부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중뱃살로 넘어간다. 아.. 지방의 고소함이 과해지기 시작한다. 중뱃살인데도 벌써 참치 부럽지 않은 풍부한 지방을 가지고 있다. 식감도 기름기가 많다보니 훨씬 부드러워 졌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대뱃살로 마무리 한다. 아.. 먹기 전부터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입에 넣고 한가득 씹는 순간, 역시나 예상한 그대로 입에서 기름이 폭발한다. 쥬시(Jucy)함이 과하다. 소고기를 레어로 구워서 입에서 먹었을 때 터져나오는 그 육즙을 기억하시는 지?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뱃살이 머금고 있는 방어의 기름이 온 입에서 요동을 친다.
정말 고소하다! 작은 방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엄청난 풍미가 다가온다. 하지만.. 그 느끼함과 진한맛으로 인해 많이 먹을 수가 없다. 내가 2점, 야로뽕 1점, 종길동 영감 1점 먹고 항복 선언했다. 진짜 한 점 먹고 나면 생강 초절임을 3개는 집어 먹어야 입안이 진정이 될 정도다. 고급 일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참 다랑어 대뱃살을 먹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나오는 대방어 머리 구이. 눈 크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머리가 왠만한 생선보다 훨씬 크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했던가? 큰 머리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살과 열을 받아 한층 활성화 된 방어의 풍미는 교향곡의 절정을 치닫는 느낌이다. 볼살을 차지하기 위한 약간의 쟁탈전(?)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내어주신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 그래 이 집에 왔으면 고등어는 꼭 먹고 가야지. 고등어도 정말 지방 많은 생선인데 방어 대뱃살을 먹고 나니, 담백한 기분 마저 든다.
이 날 사장 형님 지인분이 낚시로 5kg 짜리 대물 광어를 잡으셨다고 먹고 있을때 가지고 오셨다. 바로 손질을 해서 조금 내어 주셨는데.. 이렇게 큰 광어는 나도 처음 먹어봤다. 얇게 썰기(우쓰쯔쿠리)로 내어 오셨는데도 불구하고 숙성이 안 되어 있다보니 식감은 너무 질겅거리는 느낌은 있었다. 고추냉이도 간장도 안찍고 먹었는데 식감 자체는 마음에 안 들지만 워낙 크다 보니 광어가 가진 그 희미한 맛까지 다 느낄 수 있었다. 하루 정도 숙성한 후 평썰기로 두텁게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리고 마지막은 방어 매운탕으로 마무리 한다.
방어 뼈를 보면 무슨 공룡 매운탕 같다. 뼈 굵기가 엄지 손가락 보다 더 굵다 .
살이 익으면 고등어와 비슷한 색이 나온다. 대방어의 느끼함이 매운탕으로도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생각보다 기름이 거의 안 떠있다. 그 맛도 아주 깔끔하고 시원하다. 어떻게 이 느끼한 생선으로 이렇게 깔끔하게 끓여낸 것일까?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도 한번 찍어본다. 똑쉐프 녀석이 찍어서 다 안나온게 아쉽지만.. 뒤에서 날 백허그 하고 계시는 분이 이날 모든 요리를 책임지신 정상은 쉐프. 맨날 행님, 행님 하면서 부르다가 쉐프라고 적으니 어색하다. 제일 왼쪽 두분은 종화형님 부부. 어쨋든 그렇게 우리 '대방어 프로젝트 팀'의 대방어 먹기 계획은 마무리 되었다.
"마무리"
겨울 생선의 대표주자인 방어 중에서도 특별한 대방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을 보았다. 그 맛은 정말 좋았지만 너무 방어만 먹으니 물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원래 어부의 잔치 모듬회에 몇점 추가해서 나오는 건 환영이지만 이렇게 먹는 건 좀 힘들지 않나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도 어부 행님(정상은 쉐프) 덕에 이렇게 부산에서도 대방어 풀 코스를 접할 수 있어 감사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물론 IT 기기랑 벽을 쌓고 사시는 분이라 보실 일은 없지만.. 자 다음에는 또 어떤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라나..
- 끝 -
그리고 그 날의 남은 사진들
어부 행님과 맛에 대해서 얘기 중. 언제나 나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시는 스승 같은 분.. 근데 내 입은 왜 저래?
2차는 맥주로!
갑자기 급격히 떨어지는 안주의 가격
그리고 신나서 얘기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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