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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포항회관 - 학꽁치, 잡어, 가오리 물회 [연제구/연상동 맛집]부산맛집/연제구 2014. 12. 2. 09:47SMALL
상호 : 포항회관
전화 : 051-866-0480
주소 : 부산 연제구 연산 5동
"부산의 대표 물회 맛집, 포항회관"
전날 부산에 놀러온 구똥 녀석과 술을 진득히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 초등학교 동창 결혼식을 갔다. 어린시절 기억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동창들을 만나니 숙취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정도로 엔돌핀이 막 분비된 건지 평소에 말도 많이 안하는 내가 아침부터 수다를 떨어댔다.
새벽까지 함께 있었던 구똥 녀석이 늦게 결혼식에 와서는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어릴때 부터 가던 포항물회 맛집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데.. 커플 사이에 끼어서 민폐가 아닌가 싶어 거절을 했다. 근데 녀석이 끝까지 가자고 우겨서 마지못해 져주는 척 하면서 따라나왔다. 사실 결혼식 부페는 먹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 블로그를 꾸준히 들어오는 분은 아시겠지만 본인은 단 한번도 물회에 대해서 쓴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물회를 먹어보지 않았을까? 그건 아니란 말이지. 그럼 왜 물회에 대해서 언급을 한번도 안했을까? 별로 내 취향의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의 물회들은 초장스러운 살얼음 둥둥 떠있는 육수에 말아먹는게 보통인데 여기저기서 그런걸 먹어봐도 맛있다고 느낀적이 없다. 물론 나의 지론인 '취향은 존중하지만 배척은 하지 않는다'를 지키기 위해 있으면 잘 먹긴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물회는 주로 흰살생선을 사용한다. 흰살 생선은 생선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맛이 진하지 않다. 제법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눈감고 먹으면 광어와 참돔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런 약한 생선의 맛을 진한 육수에 말아 먹는다니? 생선회 자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 집은 다른 집과는 모습이 다르다고 하니 한번 먹어보도록 하자 .
연산동 아라비안 나이트 주변에 위치해 있다. 바쁜 시간대에 오면 대기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유명한 곳인데 시간을 잘 맞춰 갔는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대충 이렇다. 우리는 학꽁치, 잡어, 가오리 물회를 하나씩 시켰다. 사실 다 먹고 나니 한치 물회를 시킬 걸 그랬다.
앉으면 바로 내어주는 부요리들. 특이하게 멸치가 아무 조리도 안된채로 나왔다. 그 겉에 남아있는 짭짤한 염분의 기분이 좋아서 조금씩 집어 먹게 되더라.
구똥 녀석이 해장하자고 맥주를 한병 시킨다. 훗, 대낮부터 술 마신다고 거절할 내가 아니다. 되려 소주 마시자고 했더니 이 날도 달려야 한다며 그냥 가볍게 맥주로 하자고 한다.
콩나물 국이 나오는데 깔끔하고 시원해서 참 좋다. 가을 무가 들어가서 그런지 단맛도 난다.
드디어 물회가 나왔다. 각 메뉴별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모두 이런 비주얼이다. 겉으로 봐서는 내용물이 뭐가 들었는지 알수가 없다는 거다. 그럼 종업원들은 어떻게 알아보는 것일까? 아무래도 제일 위에 놓인 오이가 힌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뭐 그런 서빙의 비밀까지 내가 알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일단 겉으로 봐서는 일반적인 물회와는 아주 다르다. 국물이 거의 없다.
젓가락을 이용해서 비비고 나면 이런 모습이 된다. 내가 주문한 건 잡어 물회인데 이렇게 봐서는 도저히 안에 들어가 있는 생선을 알 겨를이 없다. 그래서 종업원을 불러서 물어보았더니 잘 모른다. 빨간고기랑 달갱이라고 하시는데 달갱이는 아무래도 '성대'를 말씀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근데 나처럼 안에 들어간 생선이 어떤 어종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그 날의 횟감을 메뉴판에 좀 적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뭘 먹는지는 알고 먹어야지..
구똥의 말로는 이렇게 깻잎에 싸먹으면 맛이 좋단다. 깻잎의 강한 향이 회의 비린내를 잘 잡아주기도 하지만 그 고유의 맛까지 다 지워버려 평소에 회를 먹을때도 깻잎을 잘 안먹는 편이다. 하지만 이미 물회로 양념 가득한 상태라 마음을 비우고 먹으니 제법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양념에는 이렇게 밥을 비벼 먹는다.
"마무리"
처음으로 하는 물회 포스팅이다 보니 조금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우선 이 집의 양념은 굉장히 중독성 있다. 매워 보이지만 하나도 맵지는 않으면서 달고, 짜고, 새콤하고, 고소한(참기름) 맛이 다 섞여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숨은 감칠맛(비결이 무엇일까?)까지... 뭐 솔직히 회맛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양념맛이 워낙 뛰어나 그 부분을 감안하고도 먹을 가치가 있는 집이다. 아까 주문할 때 한치를 시킬걸.. 했던 이유는 양념이 한치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서다.
조금 아쉬웠던 접은 회의 양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가격이 싸지도 않은데(10,000원) 회가 너무 작게 들었다. 물론 내가 워낙 회를 좋아하다 보니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들어간 어종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가서 드실분들에게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꼬들한 식감을 드시고 싶으시면 가오리,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학꽁치나 잡어, 쫄깃한 식감을 원하시면 한치를 추천한다. 본인은 다음에는 꼭 한치물회를 먹고 올 생각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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