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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맛집 :: 어부의 잔치 - 모듬회(고등어, 전갱이, 보리멸, 부시리, 오징어, 병어) [연제구/연산동 맛집]부산맛집/연제구 2014. 10. 2. 07:00SMALL
상호 : 어부의 잔치
전화 : 051-753-8403
주소 : 부산 연제구 연산9동 476-39
"갑작스레 방문한 언제나 반가운 그 곳 - 어부의 잔치"
이미 여러번 포스팅을 한 곳이지만 갈 때 마다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직접 그 날 좋은 횟감을 공수해서 장사를 하는 곳이다 보니 매일 먹을 수 있는 회가 달라진다. 회뿐만 아니라 생선구이 등 다른 메뉴에서도 깊은 내공을 보여주는 젊은 사장님(이하 형님)과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작지만 그래서 더 정겨운 최고의 술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토요일, 잠시 회사에 출근을 했다가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가족들과 다녀왔다. 최근에 자꾸 일이 있어 심신이 많이 피로한 상태여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씻고 온 가족이 뒹굴 거리고 있었다. 종길동 영감도 주말에 출근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쌍한 독거노인과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연락을 해보았다.
나 : 스케쥴 끝났오?
종길동 : 나 부산이다. 어부가야지
나 : 어?? 나도 가고 싶다.. 갈까..
종길동 : 나에게 한가로울 틈 따윈 없지
나 : 갈게. 6시 예약했다. 어부에서 봅시다.
종길동 : 헐? 니 부산이가?
나 : 아니 지금 구미에서 출발
종길동 : 헐.. 돌잔치 갔다가 친구 한명 데리고 갈테니까 니도 한명 데리고 가 있어라.
나 : 콜
그렇게 된 스토리다. 뭐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부는 핑계고 당분간 부산에 내려가기가 힘들것 같아 부모님께서도 맨날 딸랑구 보고 싶어하셔서 피곤하지만 무리해서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왠지 후자가 더 핑계같이 들리는군. 결국 한명 더 데리고 오라는 영감의 명령에 근처에 있는 주신 영감한테 전화를 넣어 6시까지 오라는 통보아닌 통보를 하고 가게로 향했다.
언제봐도 반가운 어부의 잔치의 모습.
자리마다 이렇게 젓가락이 가지런히 세팅 되어있다.
가게는 굉장히 작은데 이런 테이블에 4개있고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다찌가 전부다. 딱히 예약석이 아님에도 저렇게 아주 기본적인 세팅은 되어있다.
급 만남에 응해준 고마운 주신 영감. 술을 정말 좋아해서 별명이 주신(酒神) 이다. 우린 제법 특별한 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특이하게 만난 사이라고나 할까? 얘기를 하자면 길어지니까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쨋든 스마트폰, PC 관련해서 잡지식 하나는 최고 수준인 그런 신기한 영감. 애플 제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회사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있다. 참 바람직하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분이 바로 이 가게주인 형님이다. 사장님이지만 워낙 단골이다 보니 그냥 형님 동생한다. 뭐 그렇다고 딱히 특별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그냥 좀 더 편하게 대해주는 그 자체가 혜택인걸까? 언제나 정품, 정량을 고집하시는 그런 분이지만 가끔 뭔가(?) 더 내어주시기도 한다.
날마다 재료가 달라지다 보니 따로 메뉴판은 없고 매일 이렇게 바인더에 직접 작성을 한다. 종길동 영감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마냥 기다리기도 뭐해서 간단하게 단새우(아마에비 - 20,000원)를 하나 주문을 해본다.
샐러드
직접 만드시는 감자튀김
풋콩
두부
단무지 무침
미역줄기 무침
이 집의 간장은 역시 얼마 전 소개한 니비시 사시미 쇼유(http://sukzintro.net/628)를 사용한다. 걸쭉하고 맛이 강해 이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빛나는(등푸른) 생선과 아주 잘 어울린다.
형님이 사용하시는 야나기바(생선회 칼)가 있어서 한번 사진을 찍어본다. 요리사의 칼을 만지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양해를 구하고 한번 취해본다. 날이 제대로 선게 섬뜩한 기분 마저도 든다. 36살의 젊은 사장이지만 생선을 만진 경력은 17년이나 된 젊지 않은 경력을 가진 계신 분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칼을 하나 사서 집에서 회 써는 연습을 해볼까 하는데.. 형님이 처음부터 좋은 건 필요없고 싼거 하나 사서 잘 갈아서 연습하라고 하신다.
단새우(아마에비)가 나왔다. 총 10마리, 한 마리에 2,000원 꼴이다. 주로 초밥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녀석이다. 초밥 하나에 보통 두마리 정도씩 올려준다. 부드러운 식감에 깊은 단맛이 인상적인 녀석으로 가끔 찾아먹는다. 새우회에 맛을 들이면 정말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머리는 이렇게 튀겨서 나온다. 고소한 머리 튀김은 언제나 환영이다. 윗 껍질만 살짝 벗겨내서 씹으면 강렬한 고소함이 입안을 찾아온다.
단새우를 다 먹어도 종길동 영감은 오지 않아 결국 모듬회(小, 35,000원)를 먼저 주문했다.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생선과 멋진 플레이팅을 보여주는 어부의 잔치의 모듬회다.
모르고 안 내어주셨다고 늦게 나온 전갱이 뼈튀김과 미니 크로켓. 크로켓은 이미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다시 회로 미각여행을 이어 가보도록 하자. 처음은 약시 맛이 약한 흰살생선 광어(넙치)로 시작한다. 2.5kg 짜리 제법 큰놈을 잡았다고 하신다. 3일간 숙성을 하셨다는데 약간 무르지 않을까 생각 했지만 생각외로 그 쫄깃함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숙성 기간을 거쳐 그 맛은 깊어지고 특유의 쫄깃함을 살려두는 비법이 참 궁금하다.
오징어. 이번엔 갑오징어나 무늬오징어가 아닌 일반 오징어다. 그 둘에 비해 입에 조금 남는게 많긴 하지만 오징어 특유의 재밌는 식감과 단맛이 마음에 든다.
자주 보기 힘든 보리멸. 보기 힘든 만큼 그 맛도 특이하다. 유비끼(유시모즈쿠리), 껍질만 살짝 익혀나왔는데 그 식감은 마치 툭툭 끊기는 듯 하면서도 특유의 씹는 재미가 있다. 맛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딱히 비교할 만한 어종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녀석이다. 원래 비린내가 심한 생선이라고 하는데 전혀 비리지 않다.
근육 사이사이에 촘촘히 지방이 잘 박힌 연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아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녀석이다. 좋아하긴 하지만 이 집에서는 천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맛있는게 워낙 많다보니..
부시리(히라스). 사실 나도 얼마전까지 히라스가 방어로 알고 있었으나 부시리 라는 생선이라고 한다. 실제 생긴것도 방어와 부시리는 비슷하고 회로 썰어냈을때 그 모양도 비슷하다. 혈합육 부분이 굉장히 두껍고 색도 짙으며 살부분도 붉은 빛을 띄는게 대충 봐도 방어와 비슷하다. 흰살생선과 달리 생선특유의 향이 이때부터 확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전갱이 사진을 따로 안 찍었구나. 하지만 밑에 더 남아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드디어 이 집의 메인인 고등어가 나왔다.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의 그 깊은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부산에서 몇 안되는 집이다. 물론 고급 스시야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을 먹기는 힘드니..
그 깊고 진한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올려주는 잔파와 생각을 다 털어내고 아무것도 찍지 않고 고등어만 맛을 본다. 초절임을 하는 과정중에 소금에 절이는 과정도 포함되므로 간장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간이 맞다.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고등어의 진한 맛이 한번 맛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게한다.
이정도 쯤 먹었을때 종길동 영감이 도착했다. 친구 돌잔치에 다녀온다고 평소 보기 힘든 깔끔한 복장을 하고온다.
영감의 어머니께서 광안리 근처에 꽃집을 하나 개업하셨다고 이렇게 작고 이쁜 화분을 하나 가지고 와서 형님께 선물을 드린다. 뜻밖의 선물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시는 형님. 작지만 가게 전체가 화사해 지는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종길동 영감의 친구 일식 행님이 오셨다. 초면이지만 술 몇잔 마시고 금새 친해질 수 있는 재밌는 캐릭터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겠냐는 나의 조심스런 질문에 "아.. 나 초상권 있는데.." 하시면서 이렇게 알 수 없는 포즈를 잡아주신다.
사람도 더 온데다가 미리 주문했던 회를 다 먹어버려서 하나 더 주문했다. 모듬회 中(50,000원)이다. 역시 중간 사이즈 정도는 되야 뭔가 푸짐해 보인다. 연어를 빼달라고 부탁을 드리니 다른 생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딱봐도 좀 전에 소개한 것과는 약간 구성이 바꼈다. 플레이팅도 아주 멋지게 해서 나오니 기분이 좋다. 그럼 2차전을 시작해보자.
이번엔 오징어 머리를 아주 얇게 썰어내 주셨다. 우리는 귀때기라고도 부르는 녀석이다. 몸통보다 더 딱딱하고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엔 광어 지느러미살이 나왔다. 지느러미살을 보이 2.5kg 짜리 광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흰살생선이지만 지느러미가 가지고 있는 꼬들한 식감과 고소한 지방은 마치 다른 생선 같은 느낌을 준다.
종길동 영감이 정말 좋아했던 보리멸. 더 청해서 먹고 싶었지만 오늘 물량이 부족해 그럴 수 없는게 아쉬웠다.
연어대신 등장한 병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횟감이다. 흰살 생선 치고는 맛이 강한 편이면서 식감도 특이하다. 뼈채 썰어(세꼬시) 그 식감을 극대화 시켰다. 이번에는 생물은 아니고 냉동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동을 한 건지 물도 안생기고 비린내도 전혀없다. 전에 다른 집에서 냉동 병어를 먹었을때는 정말 그 비린맛이 너무 강해 회 킬러인 나도 쉽게 손이 안 갔었는데 이 집은 궁금한 점이 너무 많은 곳이다.
아까 사진을 찍지 않은 전갱이. 메가리라고도 하고 일본말로는 아지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안먹는 생선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국민생선이라 불러도 될 법한 그런 녀석이다. 고등어와 비슷하지만 좀더 찰진 식감을 보유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제 제철의 끝을 달리는 듯한 녀석인데 그 깊은 지방과 풍미가 대단한 녀석이다. 이 가게 사장인 형님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역시나 마무리는 가장 맛이 진한 고등어로 마무리 한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 집의 고등어는 정말 환상적이다. 지금 제철을 맞아 살이 정말 통통하게 오른데다가 지방이 가득차 초절임을 해도 식초가 깊게 배이지 않고 겉에만 살짝 익어 들어간다.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고등어 특유의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지금도 맛있지만 언제가도 이 집 고등어는 최고다.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니 술과 함께 안주도 술술 넘어간다. 이 집에 오면 또 생선구이 맛을 안보고 갈 수 없다. 해운대의 생선구이 전문점인 '불조심' 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는 형님은 생선 구이 실력 또한 아주 대단하다. 메로구이를 먹을까 하다가 괴물 같은 우럭이 한마리 들어와 있다고 해서 이 날은 우럭구이를 한번 청해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크길래 괴물이라고 표현을 하신걸까?
살아있는 우럭을 가지고 나오자 우리모두 헐.... 할 정도의 크기였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도마의 대각선 끝에서 끝까지 가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럭이다. 이렇게 큰 우럭을 본 적이 없다. 생선 손질을 완료하고 참숯에 올리는데 생선이 너무 커서 불판에 다 올라가지도 않아서 굽는데 아주 힘들어 보였다.
참 숯에 아주 잘 구워져 나온 거대한 괴물 우럭. 크기가 너무 커서 아예 밖으로 넘쳐 흐른다.
막내인 내가 생선 해체 작업을 했다. 무슨 살이 그렇게 두꺼운지.. 대충 툭툭 뜯어내도 먹을게 엄청 많더라. 왠만한 닭 한마리보다 많은 양이었다. 우럭은 회로 먹으면 흰살생선이라 맛이 그렇게 진하지 않는 데다가 살도 물러 참 재미없는 생선인데 이렇게 구이나 조림, 매운탕을 해먹으면 정말 맛있다. 다른 가게에서 나오는 우럭구이는 그 양이 적어 먹다보면 조금 아쉬운데 이건 뭐.. 괴물 만한 크기니 정말 이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더라.
마지막 입가심을 위해 주문한 아귀 간(아구 간), 일본어로는 안키모 라고 하는 녀석이다. 이 날 메뉴판을 그냥 읽고 있는데 제일 밑에 이 녀석이 있는게 아닌가? 가끔 형님이 조금 내주시는 거였는데 메뉴에 적혀 있길래 "형님, 아귀 간이 메뉴에도 들어왔네요?" 라고 여쭤봤더니 "원래 메뉴에 있었다. 이놈아 니만 맨날 공짜로 먹은거여~" 라고 하신다. 아.. 그랬던 거였군.. 따로 주문을 하니 이렇게 간이 통째로 나왔다. 아귀 녀석 이렇게 거대한 간을 가지고 있었다니.
소금과 같이 나왔는데 아귀 간은 이 폰즈 소스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녀석이라 따로 부탁을 조금 드렸다.
소금에 찍어도 맛있고 폰즈에 찍어도 맛있는 아귀 간. 이 아귀 간은 본인이 먹어본 간 요리 중에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부드럽다 못해 크리미한 식감과 아주 우아하게 다가오는 단맛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거위 간)보다 이 아귀 간을 더 쳐준다고 한다. 아직 푸아그라 맛을 보지못해 비교는 못하겟다.
"마무리"
이 집을 방문한 건 아주 많지만 이번이 4번째 포스팅이다. 참 갈때마다 이렇게 글 쓸게 많으니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때마다 반겨(?)주시는 형님과 서빙 하시는 누님 덕분에 참 맘 편히 술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안주 맛은 언제나 최고니까 술이 술술 넘어가는 건 덤이다.
생선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주신 영감한테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사장님이 "역시 잘한다. 그냥 니가 돌아다니면서 다른 테이블 설명도 좀 해주고 다녀라" 하시더라. 사실 이 부분이 이 집의 아쉬운 점이다. 이 집은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가이드가 정말 중요한 집인데 막상 소문듣고 찾아와서 맘대로 먹다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형님이 조금 신경써서 가이드를 해주시면 좋을텐데 그러지 않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어쨋든 처음보는 종길동 영감과 그의 친구 일식 형님과 그 둘한테 초면인 주신 영감, 그리고 나 이렇게 어찌보면 뻘쭘할 수도 있는 술자리가 될뻔 했지만 모두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들이라 아주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이 또 시작되고 이어지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당분간 부산 갈 일이 없을 듯 해서 다음에는 방어 철에 맞춰 크게 한판 벌려봐야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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