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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 삭은 굴김치 한점
    미식일기/미식일기 2015. 8. 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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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는 건지, 당신을 닮아가는 건지"

    어머니께서는 항상 김장을 하실 때 해산물을 넣으신다. 김치가 익기전에 먹을 몇 포기에는 굴은 항상 들어가는 거고 오래 삭혀서 먹을 녀석들 안에는 갈치, 명태, 조기 등 생선도 넣으신다. 멋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도 그렇게 김장을 담그면 김치 맛이 확실히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김치가 푹 삭은 후에 그 해산물들이 닿아 있던 부분을 먹게 되면 그 숙성된 그 재료의 향 때문에 뱉아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 께서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온 굴이나 생선 덩어리를 만나면 쾌재를 부르시며 소주 한잔을 얼른 따르시고는 맛있게 드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참 이해가 안됐는데, 언젠가 부터 나와 아버지는 경쟁상대가 되었다. 내가 술 맛을 알고 음식 맛도 많이 알게 된 후에는 먼저 발견한 사람의 안주가 되는 것이다. 


    어느 저녁, 혼자 밥을 먹다가 김치에서 저렇게 곰삭은 굴을 보니 예전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나도 모르게 빈 잔을 가득 채우며 속으로 '오예'라며 당신처럼 쾌재를 부르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건지 아버지를 닮아가는 건지 혼자 미소를 머금는다.


    http://sukzintro.net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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