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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술찜(무시아와비) 만들기, 전복회 손질 :: 일식집 전복찜 만들기 :: 전복 손질법미식일기/요리하기 2015. 8. 27. 07:00SMALL
"자연산 전복으로 전복 술찜 만들어 먹기"
호주에서 처음 알게되어 아직도 가끔 연락하는 여수에 사는 친한 여동생(복코)이 하나 있다. 딱히 도움을 줬다고는 생각 안했는데 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맙다고 갑자기 자연산 전복을 보내주겠다는 게 아닌가? 친구 어머니께서 전복 도매상을 하신다며 믿을만한 제품이라고 맛있게 먹어달라고 한다. 맛있게 먹는거야 누구보다 잘하는 특기기 때문에 그 부분은 걱정이 안되는데 이 귀한걸 덥썩 받아도 되는가 싶기도 하고.. 굳이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내 의견은 다음에 또 도움을 달라는 얘기에 묻혀 버렸다.
일 하고 있는데 전복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얼른 퇴근을 했다. 이번에는 전복으로 고급 일식집에서 만날 수 있는 술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본어로는 '무시아와비'라고 하고 편하게 '무샤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준비물 : 전복, 청주, 소금, 다시마, 무
▲ 자연산 전복
전복은 총 10미가 왔다. 10미 전복 정도로 보이며 씨알은 좋은 편이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10마리가 모두 살아있고 상태가 좋다. 어패류는 맛은 좋은데 손질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10마리 모두 손질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오지만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럼 손질을 해보도록 하자.
▲ 자연산 전복
가장 먼저 할 일은 깨끗이 전복을 씻는 것이다. 이렇게 더러운 전복을 들고 흐르는 물에서 솔로 박박 문질러 깔끔하게 씻으면 된다.
▲ 씻은 전복
열심히 씻으면 이렇게 전복이 하얀 속살을 보여준다. 이제 껍질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자.
▲ 전복 분리
숟가락을 거꾸로 잡고 내장이 붙어있는 쪽이 아닌 전복의 아래쪽에서 밀어 넣어준다. 숟가락으로 전복과 껍질을 연결하는 관자를 끊어주자. 전복이 싱싱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대한 내장이 상하지 않게 관자만 끊어주자.
▲ 전복 분리
관자를 끊어준 후에 내장은 그대로 껍질에 붙인 채로 전복 살만 떼어낸다. 처음부터 내장까지 다 분리를 해버리면 나중에 내장을 분리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미끄럽고 약한 내장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내장 분리
이렇게 살만 분리한 이후에 내장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 뜯으면 쉽게 분리 된다. 내장도 회로 먹으면 맛이 있지만 여름이다 보니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해 익혀 먹기로 한다. 내장만 따로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먹어도 맛있지만 전복죽에 갈아 넣으면 그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그리고 전복 내장 색깔에 대해서 알려주면 수컷은 녹색이고 암컷은 노란색을 띈다. 간혹 노란색을 띄는 내장은 전복이 싱싱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아니다. 그리고 같은 성별이라도 어떤 해초를 먹었냐에 따라 내장 색깔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 전복 입 제거
마지막으로 전복의 주둥이 부분을 칼로 제거해 주면 손질은 끝이다. 이제 요리만 하면 된다. 이상태에서 바로 썰어내면 전복회가 된다.
▲ 조개칼 이용
한참 손질 하다 보니 집에 있던 조개칼이 생각났다. 거의 다 해가는데 이런 불상사가.. 조개칼을 사용하니 훨씬 전복 손질하는게 수월하다.
▲ 소금 뿌리기
술찜을 위한 전복에는 굵은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 다시마에 청주 뿌리기
넓은 다시마를 준비하고 다시마에 청주의 향이 머금어 지도록 청주로 적셔주자.
▲ 무 덮어주기
찜 받침에 다시마를 깔아주고 전복을 올려준다. 전복 위에도 청주를 살짝 뿌린 후 무를 얇게 썰어 이불처럼 덮어주자. 무를 올리는 이유는 전복을 훨씬 부드럽게 찌기 위해서다. 실제로 문어를 찔때도 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 전복술찜
그대로 냄비에 물을 넣고 청주를 살짝 섞어준다. 그리고 찜 받침을 넣고 불을 켜주자. 실제 일식집에서는 2~3시간씩도 조리하지만 1시간만 하기로 했다. 1시간의 기다림 후에 냄비를 열어보자.
▲ 전복술찜
1시간 후에 열어보니 잘 익은 걸로 보인다. 뚜껑을 열때 올라오는 청주 향이 참 좋다. 아직 입에 넣지 않았지만 전복의 그 맛이 느껴질 정도다.
▲ 전복술찜
무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복에게 주고 장렬히 전사했다.
▲ 전복죽
내가 전복술찜을 만드는 동안 옆에서 권줌마가 열심히 만들어 낸 전복죽 한 그릇. 내장을 갈아넣어 색은 녹색을 띄고 그 풍미가 그대로 녹아 들었다. 내장을 아끼지 않은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전복죽이다.
▲ 전복회와 전복술찜
▲ 전복회
자연산 전복의 꼬들꼬들한 식감이야 말해서 무얼 하겠나? 턱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오독 하는 소리와 함께 씹히면서 느껴지는 바다의 냄새. 구미에서 이런 전복회를 먹은 적이 없는데 나는 참 복 받은 놈인가 보다.
▲ 전복술찜
뜨거울때 썰었던 녀석은 칼질이 원하는 대로 가능한데(잔물결 썰기 등) 양간 식은 후에는 더욱 쫀득해져서 그냥 써는 수 밖에 없었다. 술찜을 하나 들고 입에서 물어보니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리고 살짝 나는 청주의 향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워낙 비싼 식재료라 마음껏 먹지 못하는게 한스러운 순간.. 딸랑구가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아빠 최고!' 라고 외쳐주는 걸 보니 손질한다고 고생했던게 다 날아갔다.
"마무리"
전복이나 멍게는 자연산과 양식의 맛 경계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대표적인 식재료라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건 확실히 다르다. 가끔 갈비찜 용으로 전복을 사 먹는데 이렇게 맛있는 전복을 먹어본 적은 없다. 자연산이라는 기대감에 의한 감성적인 미각일 수도 있지만 내 혀는 확실히 더 맛있다고 얘기를 했다. 이렇게 귀한 자연산 전복을 먹게 해준 '복코'양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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